문경 봉암사 국가명승 지정 주민들 반대

입력 2013-03-05 10:41:05

"일반인 출입통제로 고충 명승 지정땐 더 힘겨워져"

조계종 종립 선원(禪院)이자 한국 불교의 성지인 문경 봉암사 일원에 대한 국가명승지 지정이 인근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1일 봉암사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암봉(巖峯)이 아름다운 희양산을 배경으로 통일신라시대 지증대사(智證大師, 824~882)가 창건한 봉암사에는 다수의 국보급 불교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주변에는 백운대 계곡과 지증대사탑비를 쓴 고운 최치원의 바위 새김 글자 등이 남아있는 등 역사문화경관 가치가 높은 곳이기 때문에 명승지 지정에 손색이 없다는 것이 문화재청과 문경시의 추진 이유다.

그러나 봉암사 인근 1㎞ 내에 거주하고 있는 가은읍 원북2리 주민 29명은 이 같은 움직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명승지 지정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봉암사가 부처님 오신 날만 개방할 뿐 1년 동안 산문을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이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없는 명승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주민 집단이주 등이 포함되는 등 재산권행사에 영향을 미칠 명승지 지정이 주민들의 여론수렴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김종범(72)'안정균(46) 씨 등 주민대표 12명은 4일 오후 1시 고윤환 문경시장과 간담회를 하고 봉암사 명승지 추진에 대해 철회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주민들은 "수십 년간 봉암사 측의 철저한 주민통제 때문에 각종 개발행위는 물론 산나물도 채취 못 할 만큼 말 못할 고충을 겪어왔다"며 "이 일대는 자연경관은 수려할지 몰라도 사실상 스님들의 전유공간으로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만큼 비효율적인 명승지 지정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

고 시장은 "국가명승지가 되면 이로운 점이 많지만, 인근 주민 모두가 반대하는 추진은 의미가 없는 만큼 문화재청에 명승지 지정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