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新학기 辛학기 안되려면…

입력 2013-03-05 07:02:29

힘겨워 하는 아이들, 해답은 결국 가정에

이맘때면 얼마나 심한 상태인지 차이가 있을 뿐, 신학기 증후군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적잖다. 상급 학교에 들어간 경우라면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하기 더욱 쉽지 않은 일. 이럴 때일수록 학부모들이 조급해하지 말고 자녀의 상태가 어떤지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일신문 DB
이맘때면 얼마나 심한 상태인지 차이가 있을 뿐, 신학기 증후군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적잖다. 상급 학교에 들어간 경우라면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하기 더욱 쉽지 않은 일. 이럴 때일수록 학부모들이 조급해하지 말고 자녀의 상태가 어떤지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일신문 DB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는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다. 직장인들이 주말에 쉬었다가 월요일 회사에 가기 싫은 '월요병'을 겪는 것처럼 학생들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학교에 가길 거부하거나 학교에 가더라도 머리, 배가 자주 아프고 학교만 다녀오면 녹초가 되는 등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는 증상이다. 이른바 '신학기 증후군'이다. 보통 나이가 어릴수록 의지력과 인내력, 이해력이 부족하고 감정 조절에도 미숙하다 보니 그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학부모가 이를 무시하고 꾀병으로 치부할 경우 자칫 자녀의 등교를 두고 매일 아침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신학기에 마음이 설레고 의욕이 솟구쳐도 모자랄 판에 자녀가 불안감, 초조감에 학교에 가기 힘들어 하면 학부모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이쯤 되면 아이와 실랑이해야 하는 학부모도 '신학기 증후군'으로 고통을 겪게 된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이런 난관을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법은 없을까.

◆'학교 가고 싶지 않아요', 초교생 사례 대처법

두 딸의 어머니 A(37'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씨는 요즘 마음이 편치 못하다. 작은딸이 이번에 초등학생이 됐는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큰딸을 초교에 입학시킬 때 학부모가 된다는 설렘도 잠시뿐,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아이와 한동안 매일 아침 전쟁을 치렀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고 있다.

"큰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낸 뒤엔 저도 너무 힘들었어요. 입학 후 며칠 동안은 학교에 다녀온 뒤 기운이 없다며 축 늘어지더니 아예 학교에 안 가면 안 되느냐고 매달리더군요. 정말 난감했어요. 친구가 생긴 한 달여 뒤에야 상황이 나아졌죠. 둘째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편이라 더 걱정이에요."

신학기가 되면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 기상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던 생활 습관이 방학을 거치며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방학 동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든 경우 잠자리에서 쉽게 일어나기 힘들 뿐 아니라 학교에서 오전 수업 시간을 보내기도 쉽지 않다. 자연히 수업 내용이 귀에 잘 들어올 리가 없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반이다. 이맘때만 되면 자녀가 머리와 배가 아프다고 자주 호소하는 경우 학부모들은 아이가 난감하다. 더구나 학교에 가기 싫다고 고집을 피울 경우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그냥 지켜볼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초교 신입생 등 저학년이나 예민한 학생들 가운데 이 같은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이 같은 사례들을 많이 접해본 전문가들은 학부모가 자녀에게 학교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일초교 박순옥 교장은 "학교, 교사에게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자주 하는 부모를 둔 학생들은 친구들에게도 부정적, 공격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부모가 학교와 교사를 믿고 있다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줘야 아이들이 학교를 편안하게 느끼고 학교에 오는 발걸음도 가벼워질 것"이라고 했다.

두산초교 신정숙 교감의 조언도 비슷하다. 학교가 무서운 곳이라는 인식을 학부모들이 은연중에 자녀에게 심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 가령 아이들을 야단칠 때 '선생님께 이른다', '선생님더러 혼내주라고 한다', '학교 가서도 이러면 안 된다'는 말은 자녀와 학교 간 거리를 좁히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신 교감은 "아이들이 교사를 믿으면 문제 행동이 많이 줄어드는데 학교, 교사가 무섭다는 생각이 쉽게 떠오르게 하면 교사와 아이 간 깊은 신뢰감을 형성하기 어려워진다"며 "자녀가 학교에 가는 걸 불안, 초조해하면 '선생님이 엄마, 아빠만큼 잘 해주실 거다' '힘든 것은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된다' 식으로 달래는 게 효과적"이라고 했다.

마인드앤헬스의원 배진우 원장(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은 초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경우 학습 진도보다 학교생활 자체에 관심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배 원장은 "자녀가 하교할 때 '잘 다녀왔니'라고 묻다 보면 자녀는 점차 '응' '아니'로만 대답하게 되기 때문에 점심은 누구와 먹었는지, 쉬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하교할 때는 누구와 같이 왔는지 등 구체적으로 물어야 어떻게 생활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특히 초교 저학년 자녀를 둔 경우 일주일에 두 세 번만이라도 저녁에 20분 정도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자녀와 거리도 한결 가까워질 것"이라고 했다.

◆'간섭은 싫어요', 중학생 사례 대처법

B(45'대구시 수성구 수성동) 씨는 중학교 3학년 딸과 2학년 아들의 어머니다. 지난해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이번 신학기에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는 못하고 있다. 몇 달 전부터 아들이 자신과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려 할 뿐 아니라 조금만 다그치면 짜증스런 반응을 보이기 때문.

"작년 신학기 때도 아들 녀석이 한동안 학교 다니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올해는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사교성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친구들도 잘 사귀지 못하는데…. 게다가 최근엔 저와 말도 잘 안 하려 해요. '왜 그러냐'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화를 내면서 그냥 좀 내버려 두래요."

자녀가 중학생인 경우 초교생 때보다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사춘기를 지나는 시기인 데다 부모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하면서 학교에서의 일을 잘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부모가 채근하게 되면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자녀가 이번에 신입생이나 중 2가 되는 경우라면 특히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대구 서부위(Wee)센터의 신홍주 전문상담교사에 따르면 중학교에선 학교 내 일상생활에서 또래끼리 형성하는 문화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는 시기이고 이 때문에 소극적인 아이의 경우 학급 안에 있는 게 불안하고 초조할 수 있다. 이 경우 신 교사는 어설프게 충고하고 나서는 것보다 차라리 자녀의 이야기를 무조건 들어주는 게 더 낫다고 했다.

그는 "자녀가 학급에서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부모가 대뜸 '법대로 하겠다' '담임을 만나 이야기하겠다'면서 일을 크게 만들려고 하면 아이들은 오히려 당황하면서 또래들과의 관계도 악화된다며 말릴 것"이라며 "이것을 보고 '그리 못나게 구니 무시당한다'는 등 다그쳐 자존감을 잃고 대인 관계도 더 위축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경북대 아동가족학과 김미화 외래교수(대구가족사랑클리닉 원장)도 부모가 중학생 자녀와 대화할 때 설득, 충고보다 경청에 신경을 더 쓰라고 조언했다. 가령 '학교 생활이 어떠니?'라고 물었을 때 자녀가 '재미없어요'라고 할 경우 '학교를 재미로 가냐?'고 반문하는 학부모가 많은데 이 같은 태도로는 자녀의 마음을 열 수 없다는 것. 왜 재미가 없는지, 특히 재미가 없는 것은 무엇인지, 혹시 재미를 느끼는 것은 있는지 등을 차근차근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얼핏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녀가 신학기에 학교 다니는 걸 힘겨워 한다면 학교 생활 자체가 아니라 가정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부모와의 관계가 안정되면 평소 마음도 편안해지면서 학교생활에도 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