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행복'.
새 시대 새 정부가 내건 화두요, 새 대통령이 치켜든 깃발에 새겨진 슬로건이다. 국민들은 첫 여성 대통령이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女神))처럼 5천만 개 소쿠리에 행복을 듬뿍듬뿍 담아줄 것처럼 들떠 있다. 그러나 새 대통령은 '일자리 나와라 뚝딱!' 하면 취업 자리 생기는 도깨비 방망이나 펑! 하고 슈퍼 몸종이 튀어나오는 알라딘의 등잔을 들고 있는 게 아니다. 양탄자나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며 갖가지 행복을 뿌려주는 마법사는 더더구나 아니다.
행복은 Happy의 어원(語源)처럼 각자 자신의 마음속에서 저절로 '일어나는'(Happen)것일 뿐, 정부나 대통령의 손에서 만들어져 찾아오는 우연의 복이 아니란 뜻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국민 행복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좋은 정치, 현명한 통치가 국민 마음에 행복을 느끼도록 할 '조건'은 만들어 줄 수 있지만 행복 그 자체를 손바닥이나 가슴속에 집어 담아줄 수는 없다. 더구나 지금 우리는 국민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새 정부가 취임식 열흘 가깝도록 아직 장관 한 명조차 없는 상황이다. 행복해질 일거리를 꾸려갈 정부 조직조차도 제대로 못 짜고 있는 판이니 약속한 행복 나눠주기가 언제부터 시작될지조차 감감하다.
정치권은 물고기를 잡아주겠다는 새 정부더러 그물로 잡아라! 낚시로 잡아라! 시비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51%든 48%든 일단 정권을 쥐여줬으면 그물이든 낚시든 통발이든 물고기 잡는 도구나 방법은 물고기를 잡는 쪽에 맡겨야 옳다.
평가와 시비는 나중에 잡아온 망태기 속의 물고기 마릿수를 보고 따져도 늦지 않다.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벌써 일부에서는 노인연금, 택시법 등 불완전한 정책 약속에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다툼과 불평불만이 들썩이기 시작하면 5년 뒤 국민 행복이 국민 불행으로 나가떨어질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 행복' 연설문을 자세히 뜯어보라. '어려운 시절 우리는 콩 한 쪽도 나눠 먹고 살았다.' '나라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다.' '책임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자.'…. 연설문 그 어디에도 '여러분은 발목 잡고 불평이나 늘어놓으며 자기 콩만 혼자 챙겨 먹고 분수 넘치는 과소비나 즐기고 있어도 제가 행복을 만들어다 갖다 드리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결국 '마음이 가난한 자가 행복하고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는 성경 말씀처럼 국민 모두가 행복하려면 마음부터 가난해 달라는 얘기다. 1천조 원의 가계 빚을 진 국민들이 여왕 대통령을 뽑아 놓았다고 하루아침에 빚 다 갚아주고 행복해지는 그런 허황한 셈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먼저 모든 국민의 마음부터 가난해져야 한다. 1천조 원의 빚도 따져보면 마음이 가난하지 못했던 국민 탓이 없지 않다. 물론 그중엔 정말 죽어라 노력해도 못 벗어난 가난의 빚도 섞여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득은 못 따라가면서 카드로 명품 사고 할부로 외제차를 빚내 탄 계층, 분수에 넘치는 넓고 고급스러운 아파트(강남 수도권)를 좇느라 이자 빚에 짓눌린 계층은 마음이 가난하지 못해 스스로 행복을 멀리한 사람들이다. 재벌 식품 회사들이 정권 과도기를 틈타 국민의 먹을거리 가격을 무려 10% 넘게 올린 몰염치는 콩을 나눠 먹자는 게 아니라 나 혼자 더 큰 콩을 더 많이 먹겠다는 탐욕이었다.
새 대통령은 행복을 약속했지만 조건을 달았다. 콩 조각을 나눠 먹는 책임과 배려, 그리고 행복한 나라가 되느냐 못느냐의 운명은 국민이 결정하라는 조건이었다. 그 조건은 술잔에 70%의 술이 차면 더 이상 술(욕심)을 부어도 저절로 새버린다는 계영배(戒盈杯)의 교훈을 은유하고 있다. 진정한 국민 행복은 70%에 만족하는 계영배의 깨침을 아는 국민에게만 찾아온다.
대통령의 행복 약속에 앞서 국민부터 마음이 가난한 근검의 삶과 가진 계층의 약자 배려, 지도층의 책임감 있는 삶이 한발 더 앞서야 한다. 국민들이 불평보다는 긍정적인 덕담, 투쟁적 용어보다는 서로서로 감사하는 말투가 오가는 나라에는 좋은 국운이 오는 법이다. 내 가난'내 불행을 나라 탓, 남 탓으로 불평하거나 다투지 말고 내 마음이 가난하지 못한 탓이라는 덕담으로 화합하고 작은 소유에도 감사하자. 국민 행복은 결국 국민이 만든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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