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LG실트론, 인명 피해 없다고 쉬쉬?

입력 2013-03-04 11:42:41

"인명 피해도 없고 사고 조치도 빨리 끝나 관계기관에 신고를 늦게 했습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2단지 반도체 웨이퍼 제조공장인 LG실트론 구미 2공장에서 2일 불산이 혼합된 화학물질 혼산이 유출됐을 당시 회사의 사고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사고 현장에는 모두 11명의 작업자가 있었다. 사고 현장을 확인한 결과 공장 내부에는 40∼60ℓ의 혼산(불산'질산'초산 혼합)이 흘러내려 바닥이 흥건하게 젖은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공장 내부 온도는 불산이 대기 중에 자체적으로 기화할 수 있는 19.5℃를 넘는 22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불산의 농도가 21%에 불과했지만, 위험성은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LG실트론 측은 작업자 모두를 근무 시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간단한 건강 검진도 없이 귀가시켰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지 16시간 정도 지난 3일 낮 12시 20분쯤 구미소방서와 경찰 등에 신고를 했다. 일부 언론에서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신고를 한 것이다.

LG실트론 관계자는 "사고가 크거나 인명 피해가 있으면 바로 신고하는데, 이번 건은 박스 내에서 누출돼 신고 대상이 아니며 방제 작업을 끝내고 보고를 했다"며 "소량의 화학물질 누출 사고의 경우 관계기관에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의 뒤늦은 신고로 3일 오후까지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경위 및 재산적 피해 등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사고 발생 원인 등을 조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LG실트론 측은 사고가 발생하자 사내 자체 방제팀을 가동해 신속하게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혼산을 필터링하는 용기 덮개의 미세한 균열로 40∼60ℓ의 혼산이 유출됐다면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것이며, 자체 방제팀이 방제 작업을 마무리하기까지 8시간이 걸려 회사 측의 신속한 조치에도 의문이 간다.

지난해 9월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 사고, 올 1월 웅진폴리실리콘 상주공장 염산 누출 사고는 안전 불감증 등에 따른 사고였다.

구미시는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 사고 후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화학물질 취급업체를 대상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등 화학물질 사고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체들의 안이한 대응이 자칫 또 다른 대형 사고를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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