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코 구두의 저주…고통 없으면 미용수술 안 권해
대구시 남구 대명동에 사는 박주은(가명'49) 씨는 10년쯤 전부터 양쪽 엄지발가락이 조금씩 바깥쪽(둘째 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는 것을 느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더 변형이 심해졌다. 단지 엄지발가락 모양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아프기도 했다. 통증은 점점 잦아지고 심해졌다. 1년쯤 전부터는 앞이 뾰족한 신발은 아파서 신을 수도 없게 됐다. 특히 하이힐을 신으면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병원을 찾은 박 씨는 '무지외반증' 진단을 받았다.
◆볼 좁은 신발과 유전적 원인 때문
무지외반증은 무지(엄지발가락)가 바깥쪽(둘째 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는 것을 뜻한다. 간단한 변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는 변형뿐 아니라 동시에 엄지발가락으로 연결되는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안쪽으로 튀어나오는 변형도 생긴다. 경우에 따라 둘째 발가락을 포함한 다른 발가락도 차례로 변형을 일으키는 복합적인 증상이다.
'버선발 기형'이라고도 불리는 무지외반증은 중년 이상의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발의 변형이다. 이런 증상이 생기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발과 유전적 원인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발의 경우, 앞이 뾰족하고 폭이 좁은 구두를 오랜 기간 신을 때 이런 변형이 오기 쉽다. 특히 중년 이상 여성이 무지외반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을 때엔 그 원인이 대부분 신발 때문이다.
유전적 원인도 있다. 부모나 형제 중에 무지외반증이 있는 사람에게 이런 변형이 더 잘 생기고, 가끔씩 청소년기에도 발생하기 때문에 유전적 원인도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부모나 형제가 무지외반증을 경험한 적이 있고 평소에 볼이 좁은 신발을 즐겨 신는다면 이런 변형이 생길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는 셈이다. 평발이나 관절이 유연한 사람에게도 이런 변형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남성에게는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변형이 생겨도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주된 증상은 발 안쪽으로 튀어나온 엄지발가락 관절 부위가 신발에 눌려서 압박을 받고 자꾸 마찰을 일으키면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대체로 변형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신발에 눌려서 압박과 자극을 받는 부위에는 뼈가 자라나 돌출이 더 심해지고, 이 때문에 신발에서 가해지는 압박과 통증도 갈수록 더해지게 된다.
◆통증 안 심하면 보존적 치료부터
일부 환자의 경우,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밀리면서 둘째 발가락과 서로 포개지기도 하고, 둘째 발가락을 비롯한 다른 발가락들을 점점 더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바람에 다른 발가락에도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변형이 심해지면 관절도 부분적으로 어긋나서 뼈가 빠지는 탈구와 비슷한 상황에 이르고, 오래 지속되면 퇴행성관절염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변형이 심해지면 발 모양도 매우 보기 싫게 바뀐다. 이뿐만 아니라 예쁜 모양의 신발을 신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 신발이 발에 맞지 않아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기도 한다. 물론 변형이 심하다고 해서 통증도 심해지는 것은 아니다. 변형은 아주 심해도 통증이 거의 없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초기 변형에도 상당한 통증을 나타낼 수 있다.
과거에는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치료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치료는 크게 보존적(비수술적) 방법과 수술적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주된 비수술적 방법은 볼이 넓고 편안한 신발을 신어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아울러 소염진통제를 사용하면서 걸음걸이를 조심스레 하는 등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시킨다. 변형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아니다.
엄지발가락의 변형은 그대로 남아있더라도 이런 방법을 통해 통증이 줄어드는 환자의 사례도 상당히 많다. 이 때문에 변형이나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수술 선택은 보다 신중하게
그러나 변형이나 통증이 어느 정도 기준을 넘어선 경우엔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수술을 통해 발의 변형을 바로잡는 동시에 훨씬 좋게 바꿀 수 있고, 통증을 없애거나 일상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이상욱 교수는 "수술로 발 모양을 좋게 만들 수도 있지만 발 모양이 보기 싫다고 해서 미용 목적으로 무지외반증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며 "발가락 변형에 따른 통증도 심하고, 보존적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나아지지 않으며, 이런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에 심한 불편을 겪을 때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고 했다.
수술 방법으로는 단순히 튀어나온 뼈를 깎아내고 관절을 이어주는 방법으로 엄지발가락 모양을 바로잡는 수술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만으로는 재발이 흔하기 때문에 절골술(뼈를 끊어서 뼈의 정렬을 바로잡는 수술)을 같이 해야 교정도 더욱 확실히 할 수 있고 재발도 훨씬 줄일 수 있다. 다만 수술에 따른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고, 수술 후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연 수술이 필요한지 잘 파악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이상욱 교수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요즘은 절골술을 시행해도 수술 후 깁스 고정은 잘 하지 않으며, 며칠 뒤부터는 특수한 신발을 신고 간단한 보행이 가능하다"며 "예전보다 불편이 덜 하고 한 번 수술을 받으면 평생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에 너무 수술을 기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양쪽 발에 변형이 있을 때 양쪽 발을 동시에 수술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쪽을 먼저 하고 반대쪽은 2, 3개월 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쪽을 동시에 수술하는 경우 수술 후 회복 기간 중에 보행 및 기초적인 일상 활동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한 번에 한 발씩만 수술을 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도움말 = 대구가톨릭대병원 정형외과
이상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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