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공황을 다스려줄 것으로 믿었지만, 그 손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손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런 손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겨났다. 이런 회의가 '케인스 혁명'에 불을 댕겼다. 케인스의 주장을 간단하게 말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없다면 '보이는 손'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의 재정 투입이다. 재정지출을 늘려 일자리를 만들면 노동자들의 주머니가 채워져 소비수요를 낳을 것이고 이는 다시 기업의 생산과 투자수요를 창출해 경제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시키기 위해 케인스는 정부가 돈뭉치를 땅에 묻어놓기만 해도 경제는 살아난다고 했다. 돈을 찾기 위해서는 땅을 파헤칠 인부가 필요할 것이다. 이들에게 지급된 임금은 생활비로 지출될 것이고, 그 돈은 생필품 생산 부문으로 흘러갈 것이며 이는 다시 생필품 생산에 필요한 장비 생산을 촉진한다. 이렇게 해서 경제는 선순환한다! 이 방식은 2차 대전 후 서구 국가에서 채택돼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출현한 스태그플레이션(불황+인플레)으로 케인스 이론은 힘을 잃는다. 실업(불황)과 물가 상승(인플레)은 케인스 이론에서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조합이었다. 그러니 해결 방법도 없었다. 이런 무능을 공격하며 통화주의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사조가 등장해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빈부 격차만 심화시킨 채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계기로 퇴장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자 케인스 이론은 화려하게 컴백했다. 경제위기 수습을 위해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을 동원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케인스 경제학은 다시 폐기 처분의 위기에 놓였다. 미국의 재정절벽과 시퀘스터(재정지출 자동 삭감) 논란은 케인스 경제학의 만가(輓歌)나 다름없다. 재정절벽과 시퀘스터는 재정이 지출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경제위기 때마다 재정 투입을 위해 빚을 내다 보니 국가 부채가 감당할 수 없게 늘어난 결과다. 지출하려 해도 돈이 없다면 케인스 이론은 쓰레기통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신자유주의 반동(反動)으로 회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제학이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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