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까지 우손갤러리
'종교와 정의를 부르짖는 전쟁이지만, 실은 원유를 둘러싼 갈등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분쟁에 관한 명쾌한 진단이다. 이 메시지를 미술작품을 통해 직설적으로 발언하는 작가가 있다. 러시아 작가 안드레이 몰로드킨이다. 한국 첫 개인전인 우손갤러리 전시에 앞서 그를 만나 자신의 작품을 직접 소개받았다.
그는 원유와 볼펜, 사람의 피를 소재로 작업한다. 그것은 군대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구 소련군에 복무할 때 제게 주어진 것이라곤 한 달에 볼펜 한 자루가 전부였어요. 그래서 볼펜으로 작업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당시 시베리아 원유 수송을 담당하고 있었어요. 원유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죠."
그는 볼펜이 마치 전쟁터의 군인 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잉크 한 방울을 다 써버리면 즉각 교체되는 운명이 볼펜이나 군인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그는 요즘도 볼펜 하나를 한 작품에서 다 쓴다.
그리고 원유를 아크릴로 만든 틀에 넣는 '원유 조각'을 시도했다. 그의 작품은 큰 이슈가 됐다. 이처럼 현실 세계에 대해 직접적으로 발언하는 미술작품은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러시아관 대표 작가로 원유와 러시아 군인의 피가 순환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된 작품이다. "사람의 피와 원유, 잉크는 다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원유는 현대 사회 정치의 '피' 같은 존재죠. 잉크는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는 인간의 노동, 삶을 비유해요. 저는 동시대 사회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 정치 경제의 변화를 민감하게 바라보는 이유입니다."
그는 늘 이슈를 몰고 다녔다. 미국에서 예수의 형상 안에 이라크산 석유를 담았다. 미국의 상징에 이슬람 국가의 원유를 담은 것이다. 종교 싸움인 것 같지만 결국 원유를 둘러싼 싸움이라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북아일랜드에서 열린 전시에는 예수 형상 안에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 신자의 피를 섞어 담았다. 그의 작품은 심장 소리를 내며 펌핑된다. 검은 원유와 검붉은 피는 투명한 작품 내부를 채우며 강한 펌핑 소리와 함께 충격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번 대구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흰 네온과 원유의 검은 색을 대비시킨 작품이다.
"제 작품의 이미지 자체는 미니멀해요. 하지만 미국의 미니멀리즘과는 너무나 다르죠. 이미지는 단순하지만 그 속에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 있죠."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Transformer No.678'은 네온과 원유의 강한 대비로 이루어져 두 개의 감옥과 같은 케이지로 구성돼 있다. 지극히 단순해 보이지만 러시아 법정의 피고인실 실제 크기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한 케이지로 원유가 주입되고 원유가 작은 정제기계로 들어가면 가스가 만들어진다. 이 가스가 전기를 생산해 네온관에 불이 켜지는 시스템이다. '3heart'는 심장 모양의 조각에 석유를 펌핑함으로써 일상에서 석유의 중대한 필요성에 대해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볼펜 드로잉 작품들과 원유 조각 20여 점을 선보인다.
우손갤러리에서 4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이다. "한국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이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남한 사람의 피와 북한 사람의 피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053)427-7736.
글'사진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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