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도 웰빙식단 시대…'먹는 재미'는 어쩌나
체셔에 관해 딱 하나 신경 쓰이고 고민하게 되는 점이 있다면 바로 '먹거리'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것이 건강한 고양이의 척도이다.
그렇기에 '무엇을 먹일까?'는 지난 7년간 반복된 고민이었다. 매번 사료를 살 때면 인터넷으로 사료의 재료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또 그 사료에 대한 시식 후기를 찾아보며 몇 시간을 고민한 끝에야 가까스로 하나를 결정하곤 했다. 하나를 정하고 그 사료를 계속해서 먹이면 편했겠지만 조금이라도 재료가 더 좋고, 조금이라도 더 맛있어하면 그 사료를 먹이고 싶은 욕심이 컸다.
나름대로 열심히 사료에 신경 썼음에도 체셔는 늘 입이 짧았다. 그래서 처음엔 무엇이든 좀 더 잘 먹었으면 하는 마음과 환심을 사서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간식을 샀다. 여러 종류의 간식 중에 체셔가 좋아하는 건 단연 통조림이었다.
사료 못지않게 통조림도 종류가 다양했고 같은 재료라 해도 제조회사에 따라 맛이나 형태가 달랐기에 어떤 것을 좋아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사서 체셔의 간식으로 주었고 그때부터 체셔의 통조림 품평회가 시작되었다. 사료는 별 투정 없이 먹던 체셔였지만 통조림엔 몹시 까다롭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내키지 않는 냄새나 맛이 느껴지면 가차없이 먹지 않고 앞발로 끌어 덮는 시늉을 했다.
이렇게 까다로운 체셔의 취향에 맞는 캔을 시식을 통해 고르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엔 가끔 먹던 간식이 어느덧 매일 먹게 됐다. 점잖은 성격에 통조림을 달라고 심하게 투정을 부리지는 않았지만 나나 엄마가 부엌에 들어가면 뒤를 졸래졸래 따라와 언제까지고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는 그의 모습에 매번 마음이 약해져 자꾸 준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요즘엔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하고 자연친화적인 식품을 먹듯 고양이들도 좀 더 안전하고 건강에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명 고양이계의 '웰빙'(well-being) 바람이 불고 있다. 처음엔 조금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에서 시작되었겠지만 개중엔 자신의 고양이를 사랑한다며 유기농 사료 또는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직접 만든 사료와 간식만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까지 보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그런 글들을 보기 전까진 통조림이 고양이의 몸에 나쁘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글을 보고 마음을 강하게 먹고 체셔를 외면해보려 했지만 오히려 매번 기다리다 실망하고 돌아서는 체셔를 보고 있으니 '불과 한두 스푼의 통조림으로도 이렇게 즐거워하는데 이걸 꼭 못 먹게 해야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몸에 좋지 않지만 입은 즐거운 종류의 음식들을 먹는다.
고양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사람에 따라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좋은 식단이 고양이에 대한 나의 사랑의 척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몸에는 조금 해롭더라도 그로 인해 고양이가 얻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크다면 가끔은 먹을 수 있게 하는 편이 더 행복하리라 믿는다.
장희정(동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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