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색소폰 선율 봉사 '멋쟁이 아저씨' 이동우씨

입력 2013-02-27 09:58:13

횟집 운영, 한 달에 2,3차례 요양원·복지관 방문

"감미로운 색소폰 선율에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노인들에게 색소폰을 불어주면 무척 즐거워해요."

달서구노인복지회관 강당. 빨간 조끼에 나비 넥타이를 한 이동우(62) 씨가 노인 200여 명 앞에서 색소폰을 불고 있었다. '홍도야 울지마라' '울어라 열풍아' 등의 노래 선율이 울려 퍼졌다. 흥에 겨운 노인 10여 명은 무대에 나와 함께 춤을 췄다. 이 씨도 색소폰 음을 더욱 높이고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어댔다. 연주가 끝나자 노인들은 아낌없는 갈채와 함께 앙코르를 외쳤다.

색소폰을 부는 횟집 아저씨 이동우 씨. 유머 감각에 색소폰 선율도 뛰어나 '멋쟁이 아저씨'로 통한다. 한때 사물놀이에 미쳐 꽹과리를 치기도 했던 그는 색소폰 매력에 빠져 10년째 봉사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한 달에 2, 3번은 복지관이나 장애시설, 요양원 등에 색소폰 연주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참사랑가요봉사단 멤버로 5년간 단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처음 색소폰을 불 때는 입술이 다 터져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요. 주로 집에서 손님이 없는 시간에 매일 3, 4시간씩 연습했습니다."

그는 남성용 테너 색소폰을 불고 있다. 여성용 알토 색소폰보다 호흡조절이 어렵지만 음색은 굵고 더 깊다. 그는 색소폰 연주봉사를 위해 트로트 15곡을 담은 반주용 음악CD도 만들었다. 봉사에 나서면 음악CD를 털어놓고 색소폰 연주를 한다. 악보 없이 연주가 가능해 주로 방청객 속에 들어가 흥겨운 무대를 만든다.

학원을 다녀가며 색소폰을 배운 그의 첫 무대는 봉사를 갔던 대구보훈병원이었다. 당시 긴장감 때문에 가슴이 떨리고 박자가 안 맞아 애를 먹기도 했다.

"일단 무대에 서면 최선을 다해 연주를 합니다. 노인들이 큰 박수를 치면 연주를 잘했구나 하는 보람이 들어요."

나이가 60대인 이 씨는 더 나은 봉사를 위해서 배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웃음치료사와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고 지난해 대구과학대 의료복지과도 졸업했다.

대구 비산동에서 21년째 횟집을 운영하는 그는 연주 봉사 이외에 지역사회 봉사도 활발하다. 비산5동 자연보호협의회 회장, 비산5동 주민자치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부인 신영선(60) 씨에게 항상 고마움을 갖고 있다. 아내의 묵묵한 내조와 후원이 없으면 사회봉사를 할 수 없기 때문. 그는 자신의 횟집에서 주변 노인들을 초청해 회를 대접하기도 했다. 횟집을 찾는 손님들에게 색소폰 선율을 제공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예전엔 성격이 좀 급했는데 색소폰을 불면서 마음까지 예뻐졌어요. 앞으로도 외로운 노인을 찾아 사랑의 선율을 전하는 메신저로 계속 살겠습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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