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대구경북 청소년 학술대회 '영광의 얼굴들'

입력 2013-02-26 07:11:23

"자료 조사·논문 작성 구슬땀…최우수상 받으니 기분 최고"

매일신문사와 대구시교육청, 경북도교육청이 함께 마련한
매일신문사와 대구시교육청, 경북도교육청이 함께 마련한 '제1회 대구경북 청소년 학술대회'가 21, 22일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논문상을 받은 대구(왼쪽)와 경북 고교생들 모습.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고교생 논문 쓰기 활동은 희망하는 진로와 전공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쌓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 대학 입시에서도 경쟁력과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요소다.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에서 '연구'교육(R&E)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논문 쓰기 활동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논문 쓰기 활동의 교육적 효과에 주목한 매일신문사는 각 고교가 이 프로그램을 널리 도입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 대구시교육청, 경북도교육청이 공동 주최하고 (사)지식플러스교육연구소가 주관한 가운데 21, 22일 제1회 대구경북 청소년 학술대회를 열었다. 첫 대회임에도 지난해 말 대회 개최 공고 이후 접수된 논문 제안서가 295편에 이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가운데 논문 내용 사전 평가와 현장 발표 심사를 거쳐 최우수논문상을 받은 8개 팀의 논문 내용을 소개한다.

◆대구 최우수논문상 수상작

▷대륜고 1학년 배재현 학생의 '경제적 유인이 프로 선수의 성적에 미치는 영향-한국 프로야구를 중심으로'=아마추어 선수와 달리 프로 스포츠 선수는 금전적 보상 정도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고들 한다. 이 논문에서는 우리나라의 프로 스포츠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야구를 대상으로 선수들의 연봉 인상 또는 삭감과 다음 해 성적과의 상관관계를 밝히려고 했다.

이 연구를 통해 배 군은 프로 스포츠 선수가 경제적 유인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마슬로우 교수의 동기부여이론 중 최상위 욕구인 '자기실현의 욕구'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다. 스포츠에이전트가 꿈인 배 군은 "평소 관심이 많던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는 기회가 돼 즐거웠다"고 했다.

▷대건고 1학년 정지민 학생의 '청소년의 가족 건강성이 자살 생각에 미치는 영향'=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한국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선 청소년 4명 중 1명꼴로 최근 1년 동안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지역 3개 고교 1학년 학생 약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청소년의 자살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 중 가족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정 군은 "청소년기는 또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지만 가족이 끼치는 영향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시작한 연구"라며 "가족 건강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청소년의 자살 생각 감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대구고 2학년 이선재 학생의 '암세포의 자살(apoptosis)을 유도하는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 E의 항암작용 탐구'=각종 매체를 통해 암을 물리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식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같은 식품들의 항암 효과는 어떤 실험 과정을 통해 입증되는 것일까. 이번 연구에서는 여러 암세포의 형태와 성장을 관찰하고 오이나 참외, 호박 등에 함유된 쿠쿠르비타신 성분이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항암 작용을 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 군은 "솔직히 어떤 한 가지 일을 이번처럼 열심히 한 것은 처음"이라며 "그동안 자료 조사와 학습 등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었는데 한꺼번에 보상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대구과학고 2학년 주혜성 강명호 학생의 '별 탄생 영역 내부 적외선 원의 초기 진화 연구'=별 탄생 영역의 젊은 항성체, 즉 Young stellar object(YSO)는 항성 진화의 초기 단계에 있는 천체로 에너지 기울기에 따라 등급(Class) 분류가 가능하다. 두 학생이 연구 대상으로 잡은 YSO천체는 허빅-아로 천체(Herbig-Haro objects:HH object). 개별 천체의 물리량 변화를 조사, 항성 진화 초기 단계의 모습을 살펴봤다.

주 군의 꿈은 이공계열 분야를 전문적으로 보도하는 기자가 되는 것. 주 군은 "사실 과학고 출신이라 다른 학생들보다 나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막상 출품된 논문들을 보니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욱 열심히 공부해 반드시 꿈을 이루겠다"고 했다.

◆경북 최우수논문상 수상작

▷구미 현일고 2학년 조성규 박성준 정동규 정진우 학생의 '독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알리기'=한국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논쟁은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문제다. 이번 연구에서는 독도가 왜 우리 땅인지 일본 측 주장과 우리나라의 입장을 비교해 설명하고 독도 홍보용 책자 배포, 독도 노래 만들기 등 독도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지 살펴봤다.

조 군은 "방대한 자료들을 어떻게 모두 정리해야 할지 한숨이 나올 때도 많았는데 이처럼 좋은 결과를 얻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 독도에 대해 무관심했던 청소년들이 독도를 바로 알고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근화여고 1학년 성진 이지현 최소미 학생의 '청소년 경제 교육 실태 조사 연구'=경제는 21세기 사회에서 중요한 학문이자 생활 지식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경제 교육에 대한 인식이 미흡해 학교 현장에서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중'고교생을 상대로 한 경제 교육 실태 조사 결과, 개정 교육 과정 문헌 조사 등을 참조한 뒤 경제 교육이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 방향을 제시했다.

성 양은 "함께 논문을 쓴 두 친구 모두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는데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최고상을 받게 됐다니 놀라면서 믿지 않았다"며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들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포항제철고 2학년 김건우 차우연 박명선 학생의 '인구 역학 편미분 방정식의 유한요소 수치 계산 및 장래 연령별 인구 추정'=현대 사회에서 공학 기술이 급속히 발달함에 따라 대부분 학문에서 디지털화된 접근 방식이 필요하게 됐다. 수학에서의 MATLAB(Matrix Laboratory)이 좋은 예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편미분 방정식의 유한요소법, MATLAP을 사용해 미래의 인구 수와 이에 따라 발생할 문제를 예측해본다.

김 군은 "미래에는 유아층, 청소년층, 청년층의 감소가 여실히 드러나고 노인 인구 비율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예상되는 사회 문제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항영신고 2학년 신지윤 김경민 사공병화 학생의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의 전극 탄소 물질의 합성과 셀 특성 연구'=태양 에너지가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염료 감응형 태양전지(DSSC)는 태양빛뿐 아니라 형광등처럼 인공빛으로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촉매의 주재료인 백금(Pt)은 가격이 비싸고 이를 대체할 메조포러스 탄소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

이번 연구에서는 백금과 유사한 에너지 효율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신 군은 "실험을 할 때 결과가 조금씩 다르거나 오류가 발생한 경우가 많아 힘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상을 받아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도 이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공부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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