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37억, 공사때마다 커지는 장학회?

입력 2013-02-25 10:45:54

동구교육발전장학회 "기부 유도 업체도 동의"…건설업체 "원활한 공사

대구 동구청 동구교육발전장학회가 기부금 논란에 휩싸였다. 구청 장학회가 건설업체들로부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거액을 기부금 형태로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발적인 '기부금'인지 마지못해 낸 '보험금'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

건설업계는 동구지역 내 공사와 관련한 각종 인'허가를 구청이 쥐고 있는 만큼 구청이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구청 측은 기부에 인색한 외지업체의 적극적 기부를 유도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단기간 몸집 불린 동구교육발전장학회=동구청이 2009년부터 설립, 운영하고 있는 장학재단인 동구교육발전장학회는 설립 당시 3억5천만원의 종잣돈으로 시작했다가 현재 37억원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성장 배경에는 건설업체들의 거액 기부가 있었다. 동구교육발전장학회 고액기탁자 현황을 분석해본 결과 동구교육발전장학회에 고액을 기부한 이들 상당수는 건설업체였다. 또 공교롭게도 이들이 장학금을 기부한 시점은 관련 공사 전후였다.

2010년 말 롯데건설은 4억원을 동구교육발전장학회에 기탁했다. 롯데건설이 시공한 롯데아울렛 율하점은 그해 8월 율하동에 문을 열었다. 율하동에 들어선 아울렛이 주변 반야월시장을 비롯해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던 때였다. 특히 공사 기간 동안 교통 불편을 이유로 주변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5월에도 2억원을 동구교육발전장학회에 전달했다. 롯데몰 이시아폴리스도 2011년 5월 4억원을 전달했다. 모두 대형쇼핑몰 건설과 관련된 때였다.

GS건설도 1억원을 동구교육발전장학회에 기부했다. GS건설은 2011년 동구 신천동 옛 영신고 자리에 지하 2층, 지상 28층 9개 동으로 구성된 신천 자이 854가구를 분양했다. 중소업체도 포함됐다. 방촌동 M스타하우스웨딩도 5천만원의 기부금을 동구교육발전장학회에 전달했다. 주차와 교통문제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던 곳이었다.

◆보험금인가, 기부금인가=건설업체들이 앞다퉈 동구교육발전장학회에 기부금을 전달한 배경에 대해 건설업계는 민원 편의를 들고 있다. 공사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해당 기초자치단체가 주민 민원 등을 다소 무시해줘야 한다는 것. 또 각종 인'허가를 빨리 받기 위해 일종의 '보험금'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착공과 준공을 전후로 뭉칫돈이 전달되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마진의 1% 정도를 전달하는 것으로 안다. 업체 입장에서는 기부금 명목으로 처리돼 나쁠 게 없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식"이라고 귀띔했다.

현행 기부금품법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기부금품 모집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 공무원 등이 기부금품을 모집할 경우 우월적 지위에서 기부금품을 모집해 기업체 및 국민들에게 부당한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장학재단의 경우 자연스럽게 기부금을 내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구청 측은 외지업체가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유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외지업체가 대구에 와서 돈을 벌어가는데도 기부에 인색해 적극적 기부 방식을 안내했다는 것. 이재만 대구 동구청장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환원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업체들도 선뜻 동의해 기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