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경관 보존도 더 잘될 것"…매일신문 지상 좌담회
◆일시: 2월 14일 오후 2~4시
◆장소: 매일신문 3층 회의실
◆참석자: 김부섭 대구시 환경녹지국장
최종원 경북도 해양환경산림국장
이도선 동양대 교수
장병호 교장
김상규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 고문(고문)
◆사회: 김수용 매일신문 기획취재팀장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을 중심으로 팔공산의 체계적인 보존 관리를 위해 국립공원 승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이 같은 여론에 따라 실무협의체를 만들었다. 환경부도 지역 여론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팔공산 인근 주민이나 상인, 불교계 등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은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와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주민 등과 함께 국립공원 승격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에 대한 의견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어떻게 생각하나?
▷장병호 교장(이하 장병호)=현재 도립공원 면적을 확대나 축소하자는 것이 아니다. 관리 주체를 대구시와 경북도에서 환경부로 승격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국립공원이 되면 팔공산의 브랜드가 높아져 관광객들도 더 많이 찾을 것이다. 주민이나 사유지 소유자들도 적극 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도선 동양대 교수(이하 이도선)=여론이 국립공원 승격을 찬성하는 쪽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주민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고, 세부적인 문제점도 해결해야 한다.
▷최종원 경북도 해양환경산림국장(이하 최종원)=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를 통해 논의가 있었다. 경북도의원들은 무등산까지 방문했다. 이 교수의 말대로 국립공원 승격 추진 여부를 논의할 필요는 없다. 국립공원 승격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김부섭 대구시 환경녹지국장(이하 김부섭)=지방의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에서 국립공원 승격 여론이 일고 있다. 다만 공원 부지 내 이해 관계자들이 토지 활용도나 부동산 가격 하락, 인근 지역의 추가 편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상규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 고문(이하 김상규)=자연공원 및 도립공원 조성 이후 30년간 팔공산 집단시설지구 건축 제한 탓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대구시가 최근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승격에 대한 장단점 설명이나 주민들의 이해도 부족하다. 우려 반 기대 반이다.
-소백산 국립공원 지정 당시 여론에 대해 얘기해 달라.
▷이도선=1987년 소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당시 관여한 적이 있다. 국립공원 지정 전엔 난개발이 심했고, 등산로도 정비가 안 됐다. 지정 이후 소백산 자원이 엄청나게 보존이 잘 됐다. 당시 주민들이 국립공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엄청난 관광개발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나중에 규제 탓에 집단 민원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립공원이 되면 어떻게 보존에 유리하나.
▷장병호=현재 팔공산에 투입되는 예산은 대구경북을 합쳐도 1년에 56억원가량이다. 국립공원이 되면 200억 이상의 국비가 투입된다. 특히 팔공산 경북 관할 지역은 탐방로 정비가 안 된 탓에 국립공원이 되면 대구시보다 경북도가 더 도움을 받을 것이다.
◆대구시 경북도 따로 관리
-팔공산 관리를 대구시와 경북도로 나뉘면서 효율적인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최종원=국립공원이 되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예산 투입으로 산책로의 접근성도 훨씬 좋아진다. 특히 경북 쪽에서 탐방로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다. 다만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조정이 중요하다. 앞서 국립공원이 된 지역과 실패한 지역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장병호=대구시와 경북도는 팔공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도, 탐방객을 늘리려는 적극적인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국립공원으로 승격돼야 한다.
▷김부섭=국립공원이 되면 거시적인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관리 보존을 할 수 있지 않겠나. 도립공원보다 국립공원이 팔공산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킬 것이다. 앞서 김상규 고문이 집단시설지구 내 여러 규제를 언급했지만 이는 국립공원으로 승격돼도 똑같은 자연공원법 제한을 받기 때문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도선=도립공원이나 국립공원 모두 자연공원법 적용을 받지만 국립공원이 되면 관리주체가 환경부가 된다. 현재의 도립공원은 도민이나 시민들을 배려한다. 주민들의 민원을 수용할 수도 있고, 묵시적으로 불법 건축물을 용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립공원되면 불가능하다. 똑같은 법률이 적용되지만 적용의 강도는 달라진다.
◆규제 강화에 대한 불안감
-팔공산이 삶의 터전인 분들도 있다. 이들은 규제가 강화되는 것에 반발한다.
▷김상규=집단시설지구 조성 이후 상인들은 조례나 지침에 의해 규제를 받아왔다. 그러는 새 칠곡, 경산 쪽은 오히려 난개발로 몸살을 앓았다. 그 결과 집단시설지구 상인들은 고사 직전에 이르렀다. 땅값이 지금보다 20년 전에 더 높았을 정도다. 재산상 손실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상인들이 겪은 고초를 말하자면 한이 없다. 국립공원이 되면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단 상황이 복잡하다 보니 뭔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지켜보고 있다.
▷김부섭=대구시에는 대원칙이 있다. 우선 시민들의 의견이다. 다수의 지역 주민이나 집단시설지구 상인, 불교계 등 각계각층이 국립공원을 찬성하고 대구시와 경북도의 합의가 이뤄진 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현재로선 전체 시민들의 합의가 중요하다.
▷김상규=국립공원 승격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립공원이 되면 집단시설지구 내에 부득이하게 세워진 불법 건축물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될 것이란 걱정이 있다.
◆심각한 난개발
-대구시는 적절히 관리하는데 왜 경북도 지역은 난개발이 이뤄지나.
▷최종원=난개발로 알려진 지역은 도립공원 구역 밖이다. 경북도공원관리사무소의 역할이 인허가 내지 불법 행위 단속이다. 도립공원 내의 불법 난개발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용인됐다면 관련 공무원들이 직무유기로 책임을 졌을 것이다. 다만 체계적으로 허가를 유도하지 못했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 집단시설지구와 공원 바깥의 상업지구를 동일시해선 안 된다.
▷김부섭=팔공산 관리는 경북도 70%, 대구시 30%로 이원화되다 보니 허가와 규제에서 차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더라도 똑같이 적용받는다. 집단시설지구의 경우 국립공원이 된다고 해서 규제가 더 심해지지 않는다.
▷이도선=집단시설지구 설치는 탐방객 편리를 위해서다.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상인들이 집단시설지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여러 대안을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에 요구할 수 있다. 집단시설지구를 만드는 이유가 탐방객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유지가 너무 많아
-사유지가 많아서 국립공원 승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장병호=대도시 부근 관광지에는 사유지가 많다. 광주의 경우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가 제출한 무등산 국립공원 승격 건의서가 환경부로부터 한번 반려됐다. 면적이 좁다는 이유였다. 이후 사유지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도선=지역민들이 얼마나 의지를 가지느냐가 중요하고 그 다음이 사유지 문제다. 국립공원의 주요한 요건 중 하나는 국공유지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유지가 많으면 민원도 많아진다. 이 때문에 시도민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김부섭=팔공산의 사유지 비율이 대구 94%, 경북 72%이고 합쳐서 78%나 된다. 이 같은 비율을 고려할 때 시도민들의 열의가 성숙돼야 대구시와 경북도가 나설 수 있다. 행정기관이 앞장서면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 무등산도 시민 의지가 매우 크게 작용했다.
◆관이 먼저? 추진위가 먼저?
-국립공원으로 승격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장병호=시도민 여론을 지켜본 뒤 행정기관이 나서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서 빨리 움직여야 한다. 사유지 비율이 높지만 30년 동안 자연공원법의 적용을 받은 탓에 주민들을 설득하기에 더 쉬울 것이다.
▷이도선=사유지 소유자를 상대로 관이 나서면 오해를 살 수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TF팀을 구성해 연구한 자료를 시도민 추진위원회에 전해주고, 추진위가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타당하다. 시도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병호=추진위에서 사유지 소유자와 상인들을 만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추진위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시도가 어느 정도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최종원=관에서 먼저 나서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사유지 소유자들이 땅을 매입하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김관용 지사가 최근 "도민들의 의지를 물어서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팔공산은 칠곡, 경산, 영천, 군위 등 4개 지역이 걸쳐 있다. 4개 시군마다 추진위가 모두 생겨야 한다. 이들 추진위가 도에 건의하는 등 밑바닥부터 열기가 올라와야 한다. 현재 칠곡군은 동명지역 주민 일부가 반대 움직임이 있고, 군위, 영천, 경산은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불이 안 붙었다는 얘기다. TF팀은 걱정 안 해도 된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실무협의회를 구성했다.
▷김부섭=최종원 국장의 말에 공감한다. 국립공원 승격에 시민사회단체는 적극적이고, 일부 주민, 상인, 종교계는 아직 정확한 내용과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오해하는 부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먼저 나설 수는 없다.
▷김상규=집단시설지구 상인들은 지금까지 규제를 받아와서 나름 훈련(?)이 잘 돼 있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견뎌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국립공원 승격을 긍정하는 부분이 있다. 문제는 언제 승격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때까지 대구시가 팔공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것이다. 지금처럼 방치 수준으로 놔둬서는 곤란하다.
-시도는 추진위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장병호=지난해 대구시의 주민설명회는 안 한 것만도 못한 것이 됐다. 이른 시일 내에 추진위가 자체적으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다. 주민들이 어떤 불안감이 있는지 알고 있다. 지난번 주민설명회는 50여 명의 부동산 업자들이 와서 혼란스러웠다. 사유지가 해제되면 지가가 5배 이상 상승한다. 가만히 있겠는가?
-국립공원 구역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도선=학자 입장에서는 국립공원은 사유지가 적어야 한다. 하지만 국립공원으로 가는 과정에서 사유지를 제외한다면 민원이 폭주한다. 시도가 의견을 통일해야 한다.
▷김부섭=국립공원이 되어도 공원구역 변경은 없다. 단지 관리주체가 대구시와 경북도에서 중앙정부로 바뀌는 것뿐이다. 자연공원법 때문에 시설지구도 풀 수 없다.
▷최종원=팔공산은 국립공원으로 새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고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수직 승격으로 보면 된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해 달라.
▷이도선=추진위를 광범위하게 구성돼야 한다. 광주의 경우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에 78개 단체가 가입했고, 회원만 15만 명이었다. 최근 들어 국립공원 관리는 규제 일변도에서 주민 편의로 바뀌고 있다. 청정농산물 생산 판매도 지원해 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주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한다. 그런 부분을 소상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김상규=대구등산학교 장병호 교장의 주민설명회가 기대된다. 지난번 주민설명회는 준비도, 설명도 부족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다 설명해야 하는데 좋은 점만 설명했다. 오해의 여지만 생겼다. 사실대로 명확하게 답을 해주면 주민들은 참을 건 참고, 수용할 건 수용할 것이다.
▷김부섭=팔공산은 현 세대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미래 세대에 자연 문화유산으로 잘 보전해서 미래 세대가 지속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종원=팔공산과 무등산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무등산은 광주 전남의 성지다. 지역민의 팔공산에 대한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잘 봐야 한다. 사유지 소유자나 주민들에게 설득 논리를 개발해서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를 줘야 한다. 시도민 추진위 구성이 우선이다.
▷장병호=무등산에 대한 광주 시민의 애정만큼 당장 팔공산에 대한 애착을 요구하면 힘들다. 우리가 가진 장점이 있다. 이른 시일 내에 추진위를 더 확대해 여론을 모아갈 것이다.
정리=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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