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은 새 만남의 시작…2월, 짧은 날들의 긴 울림

입력 2013-02-23 08:00:00

겨울의 끝에서 본 '공존'의 단상들

이달 6일 열린 대구 영남중
이달 6일 열린 대구 영남중'고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주는 행사를 가졌다. 이외에도 음악회'타임캡슐 묻기 등 재미와 의미를 담은 '축제형 졸업식'이 확산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운동장 가득 검은 교복이 도열했던 옛날 졸업식 풍경. 매일신문 DB
운동장 가득 검은 교복이 도열했던 옛날 졸업식 풍경. 매일신문 DB

2월은 '계절'이다. 겨울과 봄을 잇는 28일 혹은 29일(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일 경우)짜리 짧은 계절이다. 아직 매서운 겨울바람과 '입춘'(立春)이 풍기는 수줍은 봄 내음이 공존하는 오묘한 계절이다.

공존하는 것은 또 있다. '작별'과 '새로운 시작'이다. 고됐던 지난 삶의 풍파를 '졸업'하면 봄에는 좀 더 나은 삶이 찾아오리라는 설렘이 세상 그득해진다.

그래서 2월은 '쉼표'이기도 하다. 세상 사람들이 저마다의 문체로 쓰는 인생의 문장을 매끄럽게 이어준다. 진한 눈물과 웃음의 잉크로 소중한 쉼표 하나씩 찍어본다.

◆2월은 '졸업식 특집'의 달

매년 2월 달력을 빼곡히 채우는 행사가 있다. '졸업식'이다. 초'중'고교 및 대학은 물론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2월이면 졸업식을 치른다. 그 풍경을 채우는 소품은 '꽃'이다. 꽃다발은 축하의 의미도 담고, 소품으로 기념사진도 빛내주니 쓰임새가 '일석이조'다. 그런데 요즘 꽃다발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단다.

이달 19일 졸업식이 열린 대구의 한 대학 캠퍼스. 상인들이 여기저기서 꽃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꽃다발 구성이 예년과 좀 달랐다. 꽃 대신 막대사탕으로 중앙을 장식하거나 종이비누로 된 조화로만 구성된 꽃다발 등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크고 화려한 꽃다발은 찾기 힘들었다. 대신 꽃 한 송이만 파는 경우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상인은 "생화 가격이 최근 급등해 꽃다발 구성이 다소 단출해졌다"고 했다.

최근 잇따른 한파와 폭설로 생화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불황으로 꽃 소비를 줄이는 분위기도 더해졌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달 15일 국민 1인당 연간 화훼류 소비액이 2005년 2만870원에서 2011년 1만5천482원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꽃으로 채우던 화사함이 조금 줄어든 졸업식 풍경은 대신 이색 행사가 채우고 있다. '축제형 졸업식'이 보편화하고 있는 것. 졸업생과 후배들이 음악회나 장기자랑 등을 준비해 스스로 즐기고, 손님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하는 졸업문화를 만들고 있다.

'사'(師)와 '부'(父)는 일체라. 스승과 제자 외에 학부모도 졸업식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부모에게 졸업장을 수여하고, 자녀가 아빠'엄마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갖는 곳이 적잖다. 또 낮에는 바쁜 학부모들이 여유 있게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저녁 졸업식을 여는 학교도 나타나고 있다.

◆울음 쏙 빼던 그 노래, '졸업식 노래'

졸업식 행사가 참 다채로워졌지만 변치 않은 식순이 있다. 후배의 송사와 이어지는 선배의 답사, 그리고 함께 부르는 '졸업식 노래' 풍경이다.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언니께'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1946년 6월 당시 문교부(현 교육과학기술부)가 졸업식 공식 노래로 제정해 발표했다. 가사를 쓴 아동문학가 윤석중 씨는 1993년 5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졸업식에 일본말로 된 노래가 쓰였다. 그래서 우리말로 된 졸업식 노래를 작사해 보급했다"고 밝혔다.

다만 졸업식 특유의 애달픈 감정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달 7일 딸의 고등학교 졸업식을 지켜본 어영식(51'여'대구 수성구 상동) 씨는 "우리 때는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때 꼭 한두 명이 먼저 '훌쩍' 거리더니 운동장이 금방 울음바다가 됐다. 생각해 보면 이랬던 것 같다. 지금이야 대부분 학생이 마음 편히 대학 진학을 한다. 하지만 우리 때는 중학교나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 곧장 일자리를 구해 동생들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지하며 지내던 선생님, 친구들과 헤어져 험난한 사회로 나가려니 막막하고 서러운 감정이 복받쳐 울음을 터뜨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5년마다 2월 25일 국회의사당 광장에서는

5년마다 2월 25일이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열린다. '대통령 취임식'이다. 올해는 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다. 주인공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의사당 광장은 준비에 한창이다.

그런데 취임식 날짜는 왜 하필 2월 25일일까? 며칠만 더 기다렸다가 진달래, 개나리도 피는 화사한 봄에 하면 좋을 텐데. 시작은 1988년 2월 25일부터였다. 6공화국 출범과 함께 13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것. 헌법에 따라 이때부터 대통령 임기는 5년 단임으로, 취임식 날짜도 2월 25일로 정해진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대통령 취임식은 여름에 열렸다. 1948년 7월 24일 당시 국회의사당이었던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광장에서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렸다.

국회의사당을 취임식 장소로 삼는 전통도 이때가 시초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서다. 그런데 5대부터 9대까지 역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유신체제 출범 이후 장충체육관으로 취임식 장소를 바꾼다. 역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도 1980년 9월 1일 잠실체육관에서 11대 대통령 취임식을 가졌다. 박정희'전두환 두 전 대통령의 별명이 '체육관 대통령'이 된 까닭이다.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 취임식은 계속 국회의사당에서 열리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도 '축제'로 진화 중

1990년대부터 대통령 취임식은 '문화'와 '참여'의 의미를 담기 시작했다.

14대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식은 초청장을 재생지로 만들고, 풍선 날리기와 꽃가루 뿌리기를 금지한 친환경 취임식이 콘셉트였다. 15대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식은 처음으로 스타들이 참여하는 축제 콘셉트를 추구했다. 세계적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김 전 대통령과 진한 포옹을 한 장면이 특히 유명하다.

16대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식은 '참여정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행사 진행에 국민 아이디어를 수렴했고, 인터넷 추첨을 통해 국민 2만여 명을 초청했다. 이후 참석 국민 수는 점차 늘어났다. 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은 처음으로 가족참가 신청을 받아 5만여 명을 초청했다. 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는 더욱 늘어난 국민 7만여 명이 초청장을 받았다.

이번 박 대통령 취임식의 콘셉트는 '세대통합+젊은 감각'이다. 1950, 60년대 상징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시작으로, 70, 80년대 상징 '고래사냥', 90년대 이후 상징 '난 알아요'(서태지와 아이들)의 리메이크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지금 세대를 상징하는 곡으로는 '강남스타일'이 선정돼 가수 싸이가 '말춤'을 출 예정이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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