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가 당장 내 일 할 수 있을까요"…"기술이 미래라 생각, 일
'기술만 있으면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말은 기술인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다. 반면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기술이라도 배워라'는 말에는 '기술'에 대한 홀대도 섞여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기술 강국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들은 없다. '기술인'을 키워야 산업이 발달하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40년 넘게 경창산업에서 일하며 '명장' 칭호를 받은 권숙광(58) 직장장과 새내기 기술인 이반석(19) 씨가 한자리에 앉아 세대 간의 '기술'과 '기술자'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경창산업에 어떻게 들어오게 됐나
▷권숙광(이하 권)=17살 때인 1969년 입사했다. 당시 집안 형편이 어려워 먹고살기 위해 직장을 잡았다. 주변에 지인의 소개로 경창산업(당시 경창공업)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4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이반석(이하 이)=고교 졸업반이던 2011년 경창산업에 현장 실습을 나갔다가 입사에 성공해 1년을 보냈다. 처음 실습 때는 동문이 40명 정도 됐는데 2~3개월 지나더니 대학 진학과 대기업 입사 등을 이유로 하나둘 나가고 지금은 나만 남은 듯하다.
▷권=대기업을 찾는 이들이 잘 찾아갔는지 모르겠다. 기술인이라면 한 분야에 꾸준히 있을 필요가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편한 곳을 찾으려 한다.
◆스스로 '기술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권=처음 입사했을 때 나는 딱히 한 분야에 계속해서 일하지 않았다. 필요한 곳이면 어디나 갔기 때문에 기술을 배울 겨를이 없었다. 나 스스로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20대가 되기 전 사장님을 찾아가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부탁했고 허락을 받아 낮에는 금형 파트에서 일하고 밤에는 직업훈련소에서 이론을 배웠다.
▷이=직장님과 비슷하다. 생산직에 있기보다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기술 분야에 있고 싶었다. 실습을 하던 중 보전팀으로 빠질 기회가 생겼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보전팀에서 장비가 고장 났을 경우 이를 자체적으로 수리를 해야 하는 일을 한다. 이곳 기계는 컴퓨터프로그램에 의한 자동화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계의 작동 원리에서부터 프로그램까지 모든 기술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만큼 앞으로 기술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명장'은 어떻게 되나
▷권=기술에도 여러 가지 분야가 있고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수많은 기술이 존재한다. 명장은 수많은 기술 중 한 분야에서 최고인 사람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20년 이상 한 분야에서 근무한 경력이 필요하다.
▷이=명장이라는 것은 처음 듣는다. 설명을 듣고 보니 선배님의 대단함이 몸으로 느껴진다. 1년간 직장 생활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습득했다고 생각했는데 20년 이상 한 분야에만 매달렸다는 것은 말 그대로 '넘버1'이지 않나.
▷권=누구나 명장이 될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얘기한다. 현재 우리 회사는 금형과 레이저용접, CNC, 프로폼, 특수공법 등 5개 분야에서 명장을 육성 중이다. 이반석 씨 같이 기술에 대한 자긍심을 가진 젊은이들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 또 우리는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배운 기술이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이론을 바탕으로 한 기술과 이를 한 단계 끌어올린 노하우를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앞으로 젊은이들은 해박한 지식과 함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새로운 명장이 될 것이다.
◆기술인, 명장이 되는데 뭐가 중요하나
▷권=우리가 처음 직장에 다닐 때에는 이론이라는 것이 없었다. 직접 해 보고 알게 됐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본 감각으로 기술을 깨우쳤다. 이러한 기술은 전수가 쉽지 않다. 지금 학교에서 이론을 배우고 현장에서 실습하는 시스템이 더욱 낫다고 본다. 나도 이론을 배우고 현장에 왔다면 더욱 발전했을 것이다. 원리는 같지만 배우고 오면 더 잘 깨우치지 않겠는가.
▷이=조금 다른 생각이다. 현장에서 부딪히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이론을 배우고 경창산업이라는 현장에 왔지만 곧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몇몇 선배들 역시 현장에서 알게 된 뒤 이론을 다시 보니 곧바로 이해가 됐다고 했다. 우리가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처럼 현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권=입사 이후 명장에 선정됐을 때가 가장 기뻤다. 무언가를 이뤘다는 성취감이 컸다. 지난해 근로자의 날에는 생산 현장 근로자 중 처음으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영광이었고, 기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된 계기였다.
▷이=나도 언젠가 선배님처럼 명장의 칭호도 받고 훈장도 받는 멋진 기술인이 되고 싶다. 입사 후 가장 큰 보람은 처음으로 나 스스로 기계를 고쳤을 때였다. 회사에서의 작업은 학교에서 대충 배운 것보다 훨씬 앞서간 기술이었고 문제를 해결했을 때 나 스스로 '기술자'가 된 기분이었다.
◆'기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자기만의 '스타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보전팀에서 선배들을 지켜보면 고장 난 기계를 고치고 다루는 것이 각각 달랐다. 내가 '이렇게 고치면 되겠다'고 생각하더라도 선배들은 또 다른 방법으로 기계를 다룬다. 하지만 결국 기계가 작동하고 더 성능이 개선되는 것을 보면 '기술'이라는 것은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인 것 같다.
▷권=나는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기술'은 '재산'이다. 기술자는 자신이 가진 기술이 삶을 살아가는 원천이고 재산이다. 우리 세대에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지금까지 회사에 남아 먹고살고 있다는 점을 보면 기술이 개인에게도 재산이며, 회사의 재산이고, 나라의 재산이다.
◆전문계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권=우리나라는 지금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도 많고 졸업하는 청년들도 많다. 그만큼 때에 맞춰 직업을 구하지 못해 구직자로 지내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마치 '기술'이 기계를 기름칠하면서 힘겹게 사는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학을 가는 데 힘을 쏟기보다 일찍이 자신이 기술자의 길을 가고 싶다면 세부 전공을 정하고 현장에서 경험해보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이=대학에 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일단 졸업만 하자'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면 등록금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 자신이 학자의 길을 가려는 것이 아니라면 다양한 분야에 대해 눈을 돌려야 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1년의 입사 경험이 대학 4년의 경험보다 더 큰 것 같다. 대학생이 지금 이곳에서 나의 일을 하려 해도 어려울 것이다. 어찌 보면 내가 대졸자보다 어린 나이에 경험 면에서, 기술 면에서 한 발 더 앞서가는 것 아니겠는가.
▷권=이 군의 생각이 마음에 든다. 기술자를 선택했다면 자신이 하는 분야에 최선을 다하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진정한 기술자가 되려면 첫째가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마음, 의지가 중요하다. 요즘은 편한 직종을 찾다 보니 기술에 뛰어드는 이들이 적다.
▷이=나 역시 직장님의 말씀처럼 선배들에게서 끈기를 배우고 싶다. 언젠가는 명장의 칭호를 받는 진정한 '기술인'이 되고 싶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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