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약속

입력 2013-02-22 07:53:40

예전에 나는 사람이 어떤 위대한 일을 하고 대단한 위치에 있어야 그 사람을 훌륭하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러한 위치나 대단한 일을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시달린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으며 예전의 생각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다. 그것은 지금의 내 처지가 대단하지도 또 내가 하는 일이 위대하지 않은 이유도 작용했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내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전 유언처럼 말씀하시기를, 가정을 이루면 가장으로서 가족을 내 목숨처럼 사랑할 것과 가족에게 한 약속은 목숨을 걸고라도 반드시 지키라고 당부하셨다. 물론 아버지께서는 그 말씀대로 평생을 사시다가 가셨다. 내가 살아보니 그 말씀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새삼 아버지의 평생이 위대해 보이며 정말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셨다고 존경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구에겐가 서로 약속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내가 한 약속을 다 지키기란 전혀 쉽지 않다는 것을 늘 느끼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함에 대한 적당한 변명거리를 한두 개씩 갖고 있게 마련이다. 특히 가까운 가족에게는 약속을 지키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약속을 하기는 쉽지만, 그 약속을 목숨 걸고 지키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위대한 일을 하는 것도, 대단한 위치에 올라서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에게 한 사소한 약속 하나를 온전하게 지키는 것 또한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고 훌륭하며 위대하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평범한 우리들의 부모님들 또한 누구보다 성공적인 인생을 사신 것이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이명박 정부가 물러가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지나온 정부들이 그러하듯이 이명박 정부도 열심히 일을 하였노라고 퇴임 연설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열심히 일을 한 만큼 국민과의 약속을 얼마나 잘 지켰는가 하는 것은 미지수이며 결코 그렇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새롭게 들어선다. 국민은 새로운 정부가 그 어느 정부 때보다 잘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 기대는 새로운 정부가 훌륭하고 대단한 일을 많이 하는 것과 같이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들을 기억하고 있으며 그 약속들을 목숨 걸고 지켜줄 것을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어떤 인생의 성공 여부가 평가되는 것은 그 사람이 죽어봐야 아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에게 성공한 정부로 기억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나간 정부들과는 다르게 국민에게 한 약속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길 바란다.

김상충(성악가'이깐딴띠 음악감독) belcanto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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