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마용 오리 3시간 굽고 뜸 들여 기름기 쫙 빼
'소고기는 줘도 먹지 말고, 돼지고기는 있으면 먹고, 오리고기는 찾아서 먹어라'라는 말이 있다. 오리고기는 그만큼 몸에 좋다는 뜻이다. 오리고기는 알려진 대로 육류 중에서 드문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불포화 지방산이 다른 고기보다 월등히 많고 필수 아미노산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다. 뼈와 근육을 단단하게 해주어 어린이나 남성들은 물론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아 여성들에게도 각광받고 있는 웰빙 식품이다.
대구시 북구 읍내동 구 수산도서관 정면 맞은 편에 있는 '황제오리궁딩이'는 오리고기 전문점이다. 간판 메뉴인 '황토오리가마구이'는 가장 좋은 맛을 낸다는 1.8㎏짜리 오리만을 사용한다. 충북 진천에서 가져온다. 가마구이를 위해 따로 키운 오리다. 불에 구워 먹는 로스구이에 비해 조금 작다.
준비 과정부터 길다. 먼저 인삼과 황기, 당귀, 엄나무, 오가피 등 한약재를 하루 종일 정성스럽게 달인 뒤 충분히 식힌다. 그런 다음에 손질한 오리를 푹 담가둔다. 한약재 성분이 충분하게 스며든 오리 속에는 현미 찹쌀과 무화과를 비롯해 호두, 잣, 은행,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 등 20여 가지를 넣고 보자기와 은박지로 싼다. 그런 다음 오리를 황토 진흙 토기에 담아 한쪽에 마련된 가마에 넣어 굽는다.
550℃의 불가마에서 3시간 정도 구워내는데 그중 1시간 40분은 뜸을 들이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숙성을 하고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서다. 빨리 만들어 대충 먹는 음식이 판을 치는 세상, 오리구이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저항인 셈이다.
'황제오리궁딩이' 하주희 사장은 "황토오리 가마구이는 가마에 넣어 열만 가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열을 가하고 뜸 들이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가마 앞에서 보약을 달이는 심정으로 꼬박 3시간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사장은 굽는 시간에 대한 노하우를 익히는 데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황토오리 가마구이는 시간을 잘 못 맞추면 고기가 뻣뻣해지거나 오리고기의 좋은 향과 맛을 떨어뜨릴 수 있어 제시간에 맞춰 굽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제 꺼낼 시간이 되었다. 가마를 여는 순간 고소한 과자냄새가 풍긴다. 오리 기름이 은박지를 타고 줄줄 빠져나가는 게 보인다. 이런 정성을 거쳐 나온 오리구이는 빛깔부터 다르다. 접시 위에 오른 오리구이에는 갈색의 윤기가 흐른다. 기름이 쏙 빠진 오리고기의 첫 맛은 부드럽고, 씹히는 뒷맛은 담백하고 쫄깃하다. 그러나 기름기가 없으니 좀 팍팍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기름기를 쫙 뺐다.
㈜대양 조상흠 씨는 "고기를 좋아하지만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몸에 부담스러운 고기를 멀리한다. 하지만 오리고기는 괜찮은 것 같다. '오리 고기는 찾아서 먹어라'라는 말도 있다. 기름기도 쏙 빠져 담백하고 쫄깃한 게 맛있다. 살도 찌지 않고 몸에도 좋고 이제 오리 마니아가 다 됐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서 오리 맛을 본 후 회사 직원은 물론 가족, 친구들과 자주 들른다고 했다.
박규동 씨 역시 "제대로 된 재료를 쓰고 가마에서 구워 요리한 때문인지 오리 특유의 비린 맛이 전혀 나지 않아 맛있게 먹었다"며 "오리 배 속에 든 찰밥을 먹을 때는 정말 몸에 좋은 보양식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 씨는 또 "밑반찬도 깔끔해 맛있고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아 먹은 후에도 더부룩하지 않고 소화도 잘 돼 지인들을 데리고 오고 싶다"고 했다. 오리구이를 맛있게 먹고 있으면 오리죽이 나온다. 하 사장은 "한약재가 많이 들어가고 오리가 몸에도 좋아 어르신이나 환자의 보양 음식으로 찾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이곳은 황토오리 가마구이 외에도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다. '오리양념불고기'도 그중 하나. 생오리를 '비법의 장'으로 양념해 3일간 숙성해 구워 먹는다. 그리고 먹은 후 김가루, 부추, 참기름 등을 넣고 볶아먹는 밥도 인기다. 그리고 오리뼈를 우려낸 육수에 토란과 고사리, 콩나물 등을 넣고 끓인 '오리해장국'도 인기다. 구수하고 시원한 맛으로 전날 술을 마신 손님이 즐겨 찾는다. 조상흠 씨는 "오리구이도 그만이지만 오리뼈를 푹 곤 육수에 갖은 채소를 넣고 끓인 해장국은 시원하고 얼큰해 숙취 해소에 그만이어서 자주 먹으러 온다"고 했다.
하 사장은 "오리는 물론 사용하는 채소 등에서 그 자체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학조미료를 안 쓰고 대신 천연조미료를 쓰려고 한다"고 했다. 냉동오리를 안 쓰고 생오리를 사용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소금도 오리를 구울 때 함께 구운 것을 사용한다.
황토오리 가마구이 4만원, 오리해장국 5천원(점심 때 4천원). 가마에 굽는 시간을 감안해 3시간 전 예약은 필수다. 053)322-1375.
◆'우리 직장 단골집'이 '이맛에 단골!'로 바뀌었습니다. 이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inf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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