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겨 주는 바람개비 에너지 소중함 절실
지난해 10월 어느 날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영덕으로 떠났다. 바다를 보면서 하는 여행은 더 신나고 상쾌했다. 강구항을 따라 해맞이공원이 있는 도로를 달렸다. 창포리라는 해안을 달리면서 바람이 많구나 했는데 역시 '풍력발전단지'가 있었다.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는 약 2만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제법 큰 규모를 자랑했다. 바람개비 크기만도 높이 80m, 날개 길이가 41m에 이른다고 했다. 내가 어릴 적 만들어 놀던 바람개비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큰 바람개비가 우리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전기를 공급하다니. 그저 고맙고 절약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시금 잡았다.
몇 번 가 본 강구항이지만 자전거로 가니 설렘과 함께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재미가 있었다, 싱싱한 해산물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대게였다. 때마침 대게 경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한참 구경하는데 대게 찌는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먹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다른 장소로 향하려고 하는데 어떤 할머니가 "아이고,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몰라도 어디서 니 혼자 자전거 타고 왔노?"하시기에 "할머니, 저 아줌마입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왔서예"라고 하자 할머니께서 투박한 손으로 내 손을 잡으며 "그래, 어디 가노 조심해서 타거레이" 하시자 갑자기 친정엄마 생각이 나 눈물을 훔쳤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낀 해안도로를 달렸다. 해맞이공원에 도착하니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여행을 하면서 마시는 커피 맛은 어떤 비싼 커피보다도 더 맛있었다.
또다시 달렸다. 가파른 오르막을 오를 때마다 바람개비가 고개를 내밀며 나를 반겼다. 바람에 돌아가는 바람개비는 동화 속 나라를 연상케 했다. 나는 어린애 마냥 신났다. 드디어 하얀 풍차 앞에 도착했다. 보는 순간 탄성을 자아낼 만큼 환상적이었다. '윙윙'하며 돌아가는 소리는 땅을 흔드는 듯했다. 어쩜 저렇게 큰 날개가 바람의 힘으로 돌아가는지,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아 그 광경을 한참 동안 지켜봤다.
정상에 올랐다. 가슴이 탁 트였다. 멀리 동해가 보였다. 정상에는 체육시설과 함께 각종 비행기를 전시해둔 곳이 있는데, 실제로 전쟁 때 쓰였던 비행기라고 했다. 말로만 듣던 곳을 실제로 와서 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한참을 관람하고 더 올라가니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청정발전시스템에 관한 전시관이 있었다. 단체로 온 사람이 많았다. 시간이 없어 대충 봤는데 다시 찾아 자세히 둘러보고 싶은 곳이었다. 에너지에 관해 많이 생각게 한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자전거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자전거 타기를 권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려오는 길은 바람개비와 동행하니 더 재미있었다. 해물탕으로 식사하고 다시 강구항으로 향했다. 야경에 비친 강구항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행복했다. 자전거 하나만 있으면 온 세상을 다 누빌 수 있는 그날을 생각하면서 대구로 향했다. 강구 밤바다의 풍경을 생각하면서.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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