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km 구간, 도로 폭 줄고 인도 턱 생겨…경운기 운행·주차 다 문제
19일 오후 대구 수성구 성동로. 지난해 11월 완공 예정이었던 인도설치 공사가 강추위로 잠정 중단된 탓에 도로 양쪽은 보도블록 공사의 기초인 잡석 골재가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었다. 사월 2교에서 경인로에 이르는 1.7㎞ 남짓한 구간의 서편은 깨진 도로면과 경계석 사이의 옆도랑(시멘트 포장 도로)마저도 포장이 안 돼 있었다. 서편 도로 옆으로 평균대 위 운동을 하듯 경계석 위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던 한 중학생은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덤프트럭에 놀라 한쪽으로 몸이 기울어 휘청거렸다. 기자가 2시간 정도 지켜본 결과 이 길을 지나는 차량 4대 중 1대 정도는 신서혁신도시 공사현장으로 향하는 레미콘 트럭, 덤프트럭 등 대형차량이었다. 직선으로 뻗은 750m 구간에는 횡단보도, 점멸등, 과속방지턱이 없어서 차량들이 속도를 내며 달렸다. 인도설치 공사를 하느라 양쪽 아스팔트 포장이 깨진 도로는 차로 폭이 좁아 대형 차량은 중앙선을 넘어 운행하고 있었고 교행할 때마다 마주 오는 차를 아슬아슬하게 비켜갔다. 농업용 4륜 오토바이는 경계석을 바퀴 사이에 두고 오른쪽 바퀴를 골재에, 왼쪽 바퀴는 옆도랑에 걸쳐놓은 채 운행하고 있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는 길에 인도를 만들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행자 안전을 위한 가로등 시설이나 차량 통행속도 제한 시설 등이 부족해 보행자와 운전자 안전이 모두 위협받고 있다.
대구 수성구청은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업비 8억여원을 들여 수성구 성동로에 인도설치 공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길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이 되레 보행자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성구청에 따르면 이 공사는 지난해 11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강추위에 공사가 미뤄져 다음 달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길옆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은 곧 거름, 농약 등을 운반하고 내려야 하는데 인도 설치공사가 늦어져 농사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주민 김현태(52) 씨는 "기존 보도블록은 도로와 높이가 같은 데다 공사 전에는 차로 폭이 넓어 운행 속도가 느린 경운기나 4륜 오토바이 등을 운행할 때 길 한쪽으로 붙여서 운행했다"며 "길을 확장하고 인도를 만들어야 함에도 기존 도로에다 인도를 넓게 만들어서 도로폭이 좁아졌다. 경계석에 바짝 붙어 운행하더라도 추월하려는 차들로 인해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남강식(60) 씨도 "조만간 농약이나 거름 등을 싣고 내리거나, 8월부터 2~3개월간 수확한 상품을 옮겨 담기 위해 길옆에 주차 해놓을 때가 많은 데 인도에 턱이 생겨 앞으로 농사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아 기존 보도블록으로 충분한데 왜 굳이 인도설치 공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농사일을 하기 위한 차량이 잠시 개구리 주차 등을 할 수 있도록 경계석 높이를 낮추는 등 주민 입장을 고려했으니 공사가 끝나면 불편도 줄어들 것"이라며 "도로 복구 작업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신호기나 가로등 시설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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