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동안 72명에 선물…박봉 쪼개 매년 6명에 20만원씩 송금
"교복값이 비싸 매년 신학기가 되면 남몰래 눈물 흘리는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적지 않습니다. 교복 때문에 기죽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에서 아무도 모르게 교복을 마련해 주었던 거죠."
이종범(56'별정6급 학예사) 문경도자기박물관장이 지난 12년간 가정형편이 어려운 70여 명의 문경청소년들에게 익명으로 교복비를 보내 준 '교복천사'였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다.
최근 수년간 문경읍과 가은읍 지역 초'중학교 주변에서는 매년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교복을 사주는 아저씨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학교 측에 확인을 요구했지만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의문의 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교복 구입에 부담을 가질만 한 어려운 학생을 추천해 달라고 해요. 그래서 추천해주면 그 남자가 학생의 집으로 찾아가거나 부모의 계좌에 익명으로 교복비를 송금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매년 신학기가 되면 어김없이 전화가 오지만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아요."
누구인지는 모르고 소문으로만 떠돌던 '교복천사'의 존재가 수년이 지난 최근 확인됐다. 주인공은 이종범 문경도자기박물관장이다. 이 관장의 숨은 선행이 알려진 계기는 바쁜 업무 때문이었다. 그는 올해부터 문경도자기박물관과 유교박물관 등 4개 건물의 관리를 혼자 맡게 됐다. 늘어난 업무로 바쁜 와중에 일부 학생 부모에게 교복비 20만원씩을 계좌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이종범'이란 이름이 찍혔다. 그의 이름이 외부로 알려지자 지인들은 사실인지 계속 물었고, 결국 이 관장이 실토를 한 것. 이 관장은 12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학생 6명에게 20만원씩 총 72명에게 1천440만원의 교복비를 지원했다.
이 관장의 지인인 김억주 문경전통도예인협회장은 "사람 좋기로 소문이 나있는 이 관장은 도예 작가로서 도자기의 고장인 문경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누구보다 열심히 업무에 임한다"며 "평소에도 도예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선뜻 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평소 과묵한 성격인 그는 이 같은 선행을 부인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이 관장은 "신문에 나면 아내가 조금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그렇더라도 좋은 일이니 이해할 것"이라고 멋쩍어했다.
그는 "폐광 지역인 가은읍 등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이 있어 교복을 더 많이 입혀주고 싶은데 형편상 그렇지 못해 아쉽다"며 "남몰래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알려진 것을 계기로 더욱 적극적으로 교복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문경대학과 강원대'대학원 도예과를 졸업한 도예전문 학예사로 각종 전국단위 도예공모전에서 20여 차례나 입상하는 등 문경시에서 유일한 도예 작가 공무원이기도 하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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