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窓] 비도덕적 기업이 포항을 대표한다?

입력 2013-02-20 07:40:31

포항에는 이런 말이 있다. "포항시민이라면 하루에 한두 번쯤 누군가의 땅을 밟고 다닐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누군가는 요지 곳곳에 부동산을 소유한 대아그룹 명예회장 황대봉 씨와 그 일가족을 지칭한다. 대아그룹은 부동산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포항과 인근에서 해운회사, 여행사, 리조트, 포스코협력업체, 저축은행, 학교, 신문사 등 10여 개의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기업이지만, 그 영향력과 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 한다. 알짜기업이 여럿 있고 금융과 언론사까지 소유하고 있어 포항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 대아그룹이 얼마 전부터 언론에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다. 대아고속해운의 포항~울릉 간 여객선 교체 논란부터 비롯됐다. 일부 신문'방송은 여객선 교체로 운항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대아의 독점적 횡포라고 맹비판했다. 이 때문에 울릉도에서 주민대책위까지 만들어졌다. 대아 측은 "검토하고 있을 뿐 여객선 교체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다 검찰이 대아그룹 소유의 대아'대원상호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사건을 본격 수사하면서 파장이 커지지 시작했다. 저축은행의 대주주로 있는 황 명예회장의 셋째아들이 불법 대출을 받았으며, 그중 50억원을 포항에서 제일 큰 나이트클럽의 인수'운영비로 썼다는 것은 점입가경이다.

그럼에도 대아그룹은 여론의 비판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계열사인 경북일보 12일 자 3면을 빌려 반격에 가까운 해명성 글을 실었다. '㈜대아고속해운 황인찬 회장을 만나다'라는 인터뷰 형식으로 쓴 이 글에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일부 언론의 과장'왜곡보도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포항~울릉 간 여객선 교체는 결정된 사항이 없는데도 일부 언론에서 광고협찬을 거절하자 과장'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중 눈에 띄는 대목은 특정 언론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격했다는 점이다. 뉴시스'경북제일신보 기자는 과거 경북일보에, 한국일보 기자는 대아금고에 근무한 적이 있는데도 과장보도를 했다는 표현까지 들어 있다. 솔직히 대아그룹 일부 직원들에 대한 체임'체불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퇴직 직원들이 인간적인 정을 갖고 있을 까닭이 있겠는가.

이 글을 몇 차례 읽어봐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사과'해명보다는 일부 언론에 대한 공격에 치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아그룹 경영자의 마인드가 고작 이 정도밖에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언론의 대아그룹 '때리기'가 특정 사건 때문이 아니라 대아그룹에 대한 시민 여론과 언론인들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 걸까. 비도덕적인 기업이 포항을 대표한다면 시민 전체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기업의 미래도 없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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