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 증시·부동산 시장도 냉기류…
"은행 이자는 형편 없고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어 지금으로서는 현금을 쥐고 있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저금리 현상과 증시'부동산의 동반 침체가 맞물리면서 돈이 있어도 투자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성 부동자금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뚜렷하지 않아 단기성 부동자금이 넘쳐나는 현상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16개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38개) 평균 금리는 연 3%에 불과하다. 연 3.1%인 대구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을 비롯해 대부분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 초반 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 국민슈퍼정기예금(연 2.9%), 신한은행 신한두근두근커플정기예금(연 2.9%) 등 연 2%대 금리 상품도 15개에 달했다.
정기적금도 마찬가지다. 16개 은행이 내놓은 1년 만기 정기적금(32개)의 평균 금리는 연 3.2%다. 최저 금리는 2.5%, 최고 금리는 연 3.5%로 정기예금과 금리 차이가 거의 없었다.
저축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이달 18일 기준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36%다. 특히 수도권에 있는 삼보, 예한별, 예한솔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2.9%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명박 정권 동안 소비자물가가 연평균 3% 이상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셈이다.
게다가 환율 방어와 경기 부양을 위해 새 정부 출범 후 연 2.75%인 기준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시중 금리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저축의 미덕'은 옛말이 됐다.
◆증시 거래대금 급감
한때 고수익 투자처로 주목을 받았던 주식시장도 침체에 빠져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상승세를 타는 세계 주요 증시와 달리 코스피 지수는 좀처럼 1900 머무름 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에서 돈을 빼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일 평균 거래대금은 2011년 1월 7조6천700억원에서 2012년 1월 5조4천170억원, 올 1월 4조4천340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도 자금 유출은 계속 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2010년 12월 말 2조5천857억원에서 2011년 12월 말 1조3천630억원, 지난해 12월 말 1조555억원으로 급감했다. 특히 지난해 8월 1조1천862억원, 9월 1조7천348억원, 10월 2천234억원, 11월 1천492억원, 12월 1조4천674억원, 올 1월 8천359억원으로 6개월 연속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6개월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이탈한 돈은 총 5조5천969억원에 달한다.
◆빙하기 맞은 부동산 시장
부동산 시장도 빙하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는 140.1로 전월보다 0.3 하락했다.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작년 2월 143.6을 나타내고 나서 9개월 연속 하락했다. 감정원이 집계한 작년 12월 잠정지수는 138.2까지 떨어졌다.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전국의 아파트 중 실제 거래돼 신고된 아파트의 거래가격 수준을 나타낸 것으로 2006년 1월 수준을 기준점 100으로 두고 집계한다.
아파트 거래량은 2012년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늘었지만 2011년 1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 대구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1천382건으로 지난해 12월(6천606건)보다 82.6%나 줄었다. 이는 작년 동월(1천870건)도 적은 수치며 2011년(3천811건)에 비해선 한참 낮다.
서울 역시 1월 아파트 거래량은 1천157건으로 아파트 실거래가와 관련한 부동산 통계가 공개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부동산114 이진우 대구경북지사장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 자금이 주식으로 이동하고 주식 시장이 위축되면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돈이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경기전망이 불확실한 탓에 앞으로도 자금이 아파트 등 부동산 투자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쌓여가는 현금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갈 곳을 잃은 단기성 부동자금이 급증했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313조1천598억원, 요구불예금 112조6천770억원, 6개월 미만 정기예금 70조440억원, 머니마켓펀드(MMF) 45조7천635억원, 현금 44조1천738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36조2천36억원, 양도성 예금증서 20조3펀372억원 등 지난해 말 기준 단기성 부동자금은 총 666조3천62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단기성 부동자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말 540조원에서 2009년 말 647조원, 2010년 말 653조원으로 증가한 뒤 2011년 말 650조원으로 하락했지만 투자 여건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이종복 대구은행 본점 PB센터 팀장은 "자금이 묶일 염려가 많은 장기 투자 대신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곳에 투자를 하다 보니 단기성 부동자금이 많아지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임상준 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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