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안전비결 '순찰과 대화'

입력 2013-02-19 10:11:57

스크린도어 설치율 15% 꼴찌지만…5년간 투신사고 11건 가장 안전

대구도시철도의 스크린도어 설치율이 전국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도시철도 1호선 명덕역. 우태욱 기자
대구도시철도의 스크린도어 설치율이 전국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도시철도 1호선 명덕역. 우태욱 기자

대구도시철도의 스크린도어 설치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투신 사상자 수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스크린도어 설치가 자살 방지에 큰 효과를 낸다'는 다수의 인식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온 까닭은 뭘까.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스크린도어 설치가 안 돼 자살 예방 시스템을 보완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투신 사상자 수가 가장 적은 것으로 분석했다.

◆스크린도어 설치율 전국 꼴찌=대구도시철도의 경우 전체 59개 역 중 중앙로역, 반월당역 등 9개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스크린도어 설치율이 15%에 불과하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 등 289개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서울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다. 전국에서 설치율이 낮은 수준에 속하는 부산교통공사가 전체 108개 역 중 53개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것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대구의 경우 그나마 도시철도 2호선 다사역, 대실역, 정평역, 임당역, 영남대역은 준공과 함께 설치된 것이고 1'2호선 반월당역, 1호선 중앙로역, 동대구역은 광고사업자와 연계해 민자로 설치된 것이다. 민간 자본이 스크린도어를 설치해주는 대신 광고 유치권을 갖는 방식이었다. 민자 유치가 불가피했다는 게 대구도시철도공사 측 설명이다. 역당 스크린도어 설치 비용은 25억원 정도. 대구시의 재정으로 설치하기엔 부담이 과중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차선책이 가져온 효과=결국 대구도시철도가 도시철도역 내 투신 사상자를 예방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면대면(面對面) 방식. 우선 역사 직원들에게 노란색 조끼를 입혔다. 이전까지 직원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있어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노란색을 택한 것은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효과가 강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역사 직원들은 아날로그적인 방식이지만 직접 얼굴을 맞대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전동차가 들어서는 플랫폼에 오랜 시간 앉아 있거나 표정이 어두운 이들이 있으면 먼저 말을 거는 식이었다. 승강장 내 열차 비상정지 버튼도 설치해 비상상황시 누구나 손쉽게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재정이 모자라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아이디어의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순찰 강화로 투신 사고 개연성 차단에 주력한 결과 지난해에는 단 1건의 사망 사고에 그쳤다. 2011년 교통안전공단이 내놓은 사고 통계에 따르면 대구도시철도의 철도사고율(사고 건수/100만㎞)이 최근 5년간(2006~2010년) 0.43건(총 11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 위해 스크린도어 설치 필수=다만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건의 사망자가 생겨나 스크린도어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코레일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하철에서 39건의 투신 사고가 있었다. 이 중 1건을 제외하고 모두 스크린도어가 없는 역에서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재정 부담으로 스크린도어 설치가 미뤄지고 있어 차선책으로 면대면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투신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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