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뒤처지는

입력 2013-02-18 07:32:45

오늘은 절기상으로 우수(雨水)다. 24절기를 정확하게 말하면 상순에 드는 절기(節氣)와 하순에 드는 중기(中氣)로 나뉘는데 흔히 이들을 합쳐 절기라고 한다. 이달 4일 입춘이 절기인 반면 우수는 중기가 된다. 우수라는 말은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이니 이제 추운 겨울이 가고 이른바 봄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수 뒤에 얼음같이"라는 속담은 슬슬 녹아 없어짐을 이르는 뜻으로 우수의 성격을 잘 표현해 준다. 꽃샘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기도 하지만 날씨도 누그러져 봄기운이 돌고 초목이 싹튼다. 유난히도 추웠던 올겨울이기에 그간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펴고 봄맞이를 해보자.

"방에 들어서자 쾨쾨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장마철에는 집 안 곳곳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 "나는 그의 쾌쾌한 결단성을 도리어 흠모하였다."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쾨쾨한' '퀴퀴한' '쾌쾌한'에 대해 알아보자.

'쾨쾨하다' '퀴퀴하다'는 상하고 찌들어 비위에 거슬릴 정도로 냄새가 고리다라는 뜻이다. '퀴퀴하다'의 의미로 '퀘퀘하다'를 쓰고 있지만 이는 잘못이다.

'쾌쾌하다'는 성격이나 행동이 굳세고 씩씩하여 아주 시원스럽다, 기분이 무척 즐겁다의 의미를 지닌다. 이같이 '쾨쾨하다' '퀴퀴하다'를 '쾌쾌하다'와 혼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남에게 신세를 질 때도 있다. 이를 너무 두려워하여 피하려다 무리에서 뒤처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뒤처지다'는 어떤 수준이나 대열에 들지 못하고 뒤로 처지거나 남게 되다라는 뜻으로 "그는 심장이 약해 친구들보다 걸음이 뒤처진다." "이번 입찰 경쟁에서 다른 회사보다 뒤처져서는 안 되니 열심히 하시오."로 쓰인다.

'뒤쳐지다'는 물건이 뒤집혀서 젖혀지다라는 의미로 "화투짝이 뒤쳐지다." "바람에 현수막이 뒤쳐지다."로 활용한다.

'처지다'는 위에서 아래로 축 늘어지다, 감정 혹은 기분 따위가 바닥으로 잠겨 가라앉다, 뒤에 남게 되거나 뒤로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자꾸 기분이 처져서 생활이 힘들다."로 쓰인다. '쳐-'는 손이나 손에 든 물건이 세게 닿거나 부딪게 하다를 뜻하는 '치다'가 활용한 '치+어/쳐'이다. '쳐내다, 쳐들다, 쳐들어가다, 쳐부수다, 쳐올리다, 쳐주다' 등으로 쓰인다.

경쟁사회에서 뒤처지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너무 연연해 하지는 말자.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원인을 분석하여 새로운 동력을 얻는 것이 우선이다.

4년 5개월에 걸쳐 연재한 '교열단상' 224편 중에서 140편을 모아 '우리말 궁금해요?'란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 덕분이라 생각하며 칼럼 연재에 더욱더 매진할 것을 다짐해본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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