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문화공간] 대구 봉산문화거리 '아토리'

입력 2013-02-18 07:33:50

"관객에 더 가깝게…이론과 실천이 만나는 예술공간"

장록희 대표
'창문 전시'가 열리게 될 아토리 1층 전시공간. 2층은 세미나실 겸 소극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몄다. 장록희 아토리 대표는 "이곳이 예술의 실황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장록희 대표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지난해 '아토리'라는 간판을 단 건물이 하나 생겼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물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아토리는 지난해 4월 1층 전시 공간, 2층 세미나실 겸 소극장을 갖추고 문을 열었다.

'세미나를 열 공간이 마땅치 않아 걱정이다'고 근심하던 비영리문화예술교육단체 '온아트' 대표 장록희 씨가 공간에 대한 고민 끝에 아예 직접 예술공간을 차렸다. 아토리(Art.ory)는 'Art'와 'Theory'의 합성어. 즉 '예술의 이론과 실재를 균형있게 지향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예술이론과 미술사를 전공한 장 씨는 이론과 실천이 동시에 펼쳐지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왔고, 30년 이상 된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그 결과 1층은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2층은 세미나 및 소규모 공연에 적합한 공간으로 꾸몄다.

1층 전시공간은 꽤 독특한 구조다. 사방 흰 벽이 아니라, 한편은 통유리가 설치돼 있어 지나는 사람도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가창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전을 열어 호평받았다. 장 대표는 이런 공간의 특성을 살려 올해부터 '창문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이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일 만한 공간이 없어요. 그래서 대안적 공간 성격을 갖고 새로운 전시를 열어볼 계획이에요." 창문전시의 첫 전시는 사진작가 황인모의 전시. 중구의 풍경을 기록한 그의 사진 작품은 창 밖에서도 부담없이 감상할 수 있다. 장 대표는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한 뒤, 작가와의 인터뷰 등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기록할 계획이다. 제목은 '예술품의 과정'. "결과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나오기까지 이야기를 함께 전시하면 관람객들이 더 흥미로워 할 것"이라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이다.

2층은 극장식 의자 35개가 계단식으로 배치돼 있다. 세미나와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강좌용, 그리고 영화용 빔프로젝트 두 대를 설치했다. 음향은 클래식 영상물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갖춰놓았다. 좌석 앞 무대공간도 있어, 소규모 공연이나 실내악 연주가 가능하다. 지난해 실험적으로 실내악 연주회를 열었는데, 의외로 소규모 연주에 적합한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구에 공연장은 많지만 이처럼 소규모 공간은 드물다.

장 대표는 당분간 공간을 유연하게 운용할 계획이다. '민간예술교육공간'의 본질에 대해 늘 고민하고 문화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예술 활동과 교육을 펼치고 담아내는 공간적 의미는 지니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공간은 예술과 관객들이 만나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어요. 예술을 음미할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이랄까요. 음악이든 무용이든 연극이든, 실황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됐으면 해요." 053)256-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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