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모리모토 한·일 이야기] 우리 집의 설 연휴

입력 2013-02-16 07:15:48

지금 히로시마는 가장 추운 시기입니다. 남쪽 지방인데도 이미 여러 번 눈이 내렸습니다. 히로시마는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차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1천m가 넘는 산들이 늘어서 있어 스키장도 많습니다. 일본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가장 남쪽 지방입니다.

한국은 며칠 전 설을 맞았지만 일본은 양력(陽曆)을 사용합니다. 과거에는 음력설을 쇠었으나, 약 150년 전 메이지유신 이후부터 서양을 본떠 양력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음력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년월일이 같아도 일본 사람은 한국 사람보다 나이가 한두 살 적습니다.

일본은 매년 1월 1일부터 3일까지가 설 연휴입니다. 회사나 학교는 겨울 휴가와 겹쳐 연말부터 휴일이 계속됩니다, 올해는 12월 29일(토)부터 1월 6일(일)까지 연휴였습니다.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도 많아졌으나, 고향에 귀성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본도 한국처럼 설을 보내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시대와 함께 변하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릅니다. 우리 집 설 연휴를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가족이 총출동하여 대청소를 합니다. 일 년 동안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이들도 이날만큼은 성실하게 도와줍니다. 우리 집의 다섯 살짜리 아들도 자기 방에 흩어진 장난감을 깨끗이 정리했습니다. 12월 31일을 일본에서는 섣달 그믐이라고 합니다. 이날은 메밀국수를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메밀국수는 잘 끊어지기 때문에 '지나간 한 해의 재앙을 끊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NHK 방송의 가요 프로그램을 봅니다. 한 해 동안 활약한 가수가 청팀, 홍팀으로 나뉘어 남녀 대항 형식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최근에는 한국 가수도 많이 출연했습니다만, 지난해에는 아무도 출연하지 않았습니다.(작년에 시끄러워진 독도 문제 때문일까요) 약 60년간 계속된 일본의 대표적인 연말 프로그램으로 전성기에는 평균 시청률이 80%를 넘었으나, 최근에는 4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11시 45분쯤 가요 프로그램이 끝나면, 근처에 있는 사원에서 108번의 제야의 종소리가 들려옵니다. 중국에서 전해진 풍습 같으나, 불교에서 말하는 108번뇌를 씻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드디어 새해를 맞이합니다. 먼저 올 한 해의 행운을 기원하기 위해 가까운 절이나 신사에 참배를 갑니다. 신사에서는 제비뽑기로 올 한 해의 운세를 점치기도 합니다. 아침 식사 시간에 가족끼리 새해 인사를 하고, 떡국을 먹습니다. 한국의 떡국과는 약간 다릅니다. 우리 집 떡국은 다시마 국물에 떡(한국의 찰떡과 닮았음), 닭고기, 당근, 무, 표고버섯 등을 넣어 끓입니다. 그 후 성묘를 하고, 오후에는 시댁에 가서 설음식을 먹습니다. 설음식은 조림, 초무침, 구이 등 잘 변하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설 연휴 동안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여성들은 가사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또 아이들은 친척들로부터 세뱃돈을 받습니다. 크리스마스와 함께 설을 아이들이 가장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정월에는 친구나 지인들에게 연하장을 보내고 받습니다. 지난 한 해에 대한 감사와 새로운 한 해를 알리는 인사장입니다. 12월에는 우체국에 연하장 전용 우체통이 설치됩니다. 연하장은 우체국에서 분류해 놓았다가 1월 1일 한꺼번에 각 가정에 배달됩니다. 우리 집에는 올해 약 500통의 연하장이 배달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설 연휴 3일간 가게가 문을 닫고 마을 전체가 어딘가 모르게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에 휩싸입니다. 연 날리기를 하거나 가족끼리 전통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편의점이 연중 영업을 하고, 백화점도 1월 2일부터 문을 여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점점 평상시와 다르지 않은 생활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옛 풍습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한국도 다르지 않겠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새해를 맞이하고 있습니까. 아무튼 한국 독자 여러분에게도 행운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모리모토 카즈에(森本和惠·생활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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