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배운 한국사 처음부터 뒤집어라"…『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입력 2013-02-16 07:40:37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이주한 지음/ 역사의 아침 펴냄

'한국사를 은폐하고 조작한 주류 역사학자들을 고발한다'는 제목을 부제로 달고 있는 이 책은 우리나라 주류 사학이 일제 식민사학의 계보를 잇고 있으며, 한국사의 원형과 진실이 부관참시됐다고 주장한다. 책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가 왜곡한 한국사가 지금까지도 '실증주의'로 평가받고 있으며, 독립운동가의 과학적 역사학은 '신념이 앞선 관념론'이거나 '국수주의'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출발한다.

지은이는 한국의 주류 역사학계가 단군조선과 한사군,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불신함으로써 한국사의 기본 틀과 맥락을 변질시켰다고 말한다. 단군조선과 삼국사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통일신라, 발해, 고려, 조선, 대한제국, 한국으로 이어지는 한국사 흐름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는데, 우리나라 주류 역사학계는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불신함으로써 한국사를 전체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삼국사기 초기기록에 대한 불신론은 일제가 발명한 논리로 "삼국사기 초기 기록은 김부식의 창작이라 믿을 수 없다"는 일본 학자의 주장에서 출발한다. 일본 사학자 쓰다 소키치는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에 대해 "동방 아시아의 역사를 연구한 현대의 학자들 사이에서 거의 이론(異論)이 없기 때문에 왜에 관한 기록 역시 사료로서는 가치가 없다고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학자들 사이에 이론이 없기 때문에 가치가 없다'라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불신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한 것이다.

삼국사기 초기 기록에는 신라와 백제가 강성한 국가로 기록되어 있다. 신라와 백제가 강하다는 것은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가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본 학자들이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부정한 것은 왜가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라는 식민통치기구를 운영했다는 일본서기 기록을 역사적 사실로 만들기 위한 주장이다.

지은이는 "삼국사기와 일본서기 둘 중 하나는 거짓이다"고 말하고 "2012년 전라남도 순천에서 발굴된 고분군에서는 대가야계 유물만 출토되었을 뿐 일본계 유물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며 임나일본부설의 허구성이 다시 한 번 입증되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한국의 고대사학자 이병도(서울대), 이기백(서강대), 이기동(동국대) 교수 등이 일본 학자들의 주장대로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믿을 수 없다고 받아들인 이유를 "이병도 교수는 조선사편수회에서 일본인 학자 이마니시류로부터 한국사는 한사군부터 시작한다는 교육을 받았기"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지은이는 '잘못된 한국사 인식에는 진보와 보수의 구별이 없다'면서 대표적인 진보 학자 박노자 역시 한국사관을 주류 식민사학계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엘리트주의에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박노자는 그의 저서 '거꾸로 보는 고대사'에서 '신채호는 신라와 왜인들의 국제문화적 발달 정도의 비교 등 상황적 증거를 들어 임나일본부설을 부인했지만, 이는 학문의 문제라기보다는 신념의 문제에 더 가까웠다. 민족주의 입장에서는 남, 그것도 미울 수밖에 없는 식민지 모국의 조상들이 옛적에 우리 땅을 통치했다는 것을 수용하기가 마땅치 않았다'고 쓴 바 있다.

지은이 이주한은 "박노자는 임나일본부설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다. 한반도 남부에 임나일본부가 있었다고 주장했던 쓰다 소키치에게 삼국사기가 왜 고민거리가 되었는지 모른다. 연구하면 할수록 삼국사기는 사실에 가까운 역사서로 입증되고, 일본서기는 문제가 많은 역사서라는 것도 모른다"며 비판한다.

이 책은 한국사의 태두인 이병도를 친일로 규정하며, 그가 조작한 역사와 학설이 그의 제자들에게 이어졌으며, 결국 우리가 우리 역사를 주체적 관점에서 바라볼 힘을 빼앗아버렸다고 주장한다. 책은 누가, 왜, 어떻게, 언제부터 부조리한 원칙과 풍토를 만들었는지,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360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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