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계명대 성서캠퍼스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취업스터디가 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 관문도 괴물처럼 뚫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취업스터디 '괴물'이다. 2006년 만들어진 괴물은 어느덧 올해 8기 신입회원을 맞이했다. 보통 취업스터디는 취업 시즌 전에 만들어져 공채가 끝나면 해체된다. 취업스터디 수명이 길어야 1년임을 감안하면 '괴물'은 스터디계의 터줏대감이다. '괴물'이 오랜 시간 명맥을 이을 수 있었던 것은 百戰百勝(百戰百勝)의 취업률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취업 문제없어요
14일 오후 대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동산도서관. 검은색 트레이닝복에 두툼한 겨울 점퍼를 걸친 남학생 4명이 머리를 맞대고 모여 있었다. 이들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도서관에서 생활하는 8기 '괴물' 스터디 회원이다. 자기소개서 작성에서부터 PT(프레젠테이션) 면접, 토론면접, 모의면접 등 모든 취업과정을 스터디를 통해 준비한다. 지각이나 결석을 하면 5천~1만원의 벌금을 매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지만 중간에 스터디를 그만두거나 벌금 폭탄을 맞은 회원은 단 한 명도 없다. 8기 스터디원 정환석(26'대구 달서구 용산동) 씨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들어간 스터디인데 취업에 성공해 나갈 수는 있지만 중도 탈락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괴물'의 자격요건은 엄격하다. 취업을 앞둔 4학년이나 졸업생 남자만 지원할 수 있다. 여기에는 취업에 대한 절박감과 여심(女心)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회원들의 비장한 각오가 담겨 있다. 영어 점수, 학점 등과 같은 기본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은 물론 깐깐한 자체 면접도 통과해야 한다. 올 1월에 실시한 8기 공개모집에는 20명이 지원해 4명이 뽑혔다.
어렵게 '괴물'에 들어가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는 달콤하다. 이 스터디에는 이른바 취업 낙오자가 없다. 내로라하는 유명 대기업, 금융권, 제조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들의 발길이 닿고 있다. 취업 시즌마다 70% 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했으며, 조금 늦더라도 결국엔 모든 스터디원이 목표를 달성했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는 7기 회원 9명 중 6명이 유명 대기업과 금융권 취업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취업 노하우 아낌없이 주는 선배들
'괴물'에는 여느 취업스터디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괴물 총회, 괴물 체육대회, 괴물 계(契), 괴물 게임대회 등 괴물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인 선배들과의 돈독한 모임이다. 금융업, 서비스업, 유통업 등 다양한 분야로 먼저 발을 내디딘 선배들은 현직자만이 알 수 있는 알짜배기 정보들을 쏙쏙 골라 후배들에게 귀띔한다.
선배들은 마치 괴물처럼 후배들을 따라다닌다. 퇴근 후에도 지친 몸을 이끌고 학교까지 찾아와 면접을 앞둔 후배들을 챙긴다. 모의면접을 활성화하기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캠코더를 기증하고, 서울까지 다녀올 교통비를 지원하는 등 후배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선배'는 1년이면 해체되는 다른 취업스터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괴물만의 취업 노하우인 셈이다.
서비스업 취업을 목표로 하는 이준우(31'대구 남구 이천동) 씨는 "현직에 있는 선배들이 자기소개서에 쓰는 문장에서부터 면접 에티켓, 면접에 나올 만한 질문들을 알려주고 면접관이 좋아하는 넥타이를 사주는 등 세심하게 하나하나 챙겨준다"며 "올해는 원하는 회사에 꼭 붙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박창욱(26'대구 수성구 지산동) 씨는 "구직자들보다 취업한 선배들이 후배의 취업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한다"며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고 있을 우리들의 모습을 상상한다"고 했다.
◆취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괴물'의 오래된 꿈은 계명대 학생들을 위한 '괴물 장학금'을 마련하는 일이다. 1기 선배들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65명의 선배들이 매년 연봉의 1%를 장학금으로 모으고 있다.
괴물 8기 대표 이승환(29'대구 동구 신암동) 씨는 "보통 취업스터디의 목표는 취업이라고 말하지만 괴물에서 취업은 시작점일 뿐이다"며 "취업 전보다 오히려 취업 후에 괴물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다. 괴물의 진짜 가치는 취업 후에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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