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넘나드는 독특한 실험…김영환 '조용한 풍경' 전

입력 2013-02-15 07:35:48

조각과 자연의 대화…"조각하다 느낌 좋으면 그리고 그림에 넣었다 조각

김영환 작
김영환 작 '손'
김영환 작
김영환 작 '조용한 풍경1'
김영환 작
김영환 작 '조용한 풍경 2'

신이 만든 자연과, 작가 김영환의 조각 작품이 서로 마주 보고 섰다. 조각 작품은 주눅 들지 않고 자연을 상대로 당당하게 존재한다. 이 낯선 풍경은 김영환의 회화 안에서 펼쳐진다.

3년 만에 선보이는 김영환의 전시 '조용한 풍경'이 3월 5일까지 갤러리분도에서 열린다.

작가는 작업을 할 때 조각하다가 느낌이 좋으면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또 그림에 그려넣다가 이를 조각으로 만들기도 한다. 작가는 "조각은 일종의 드로잉"이라고 소개한다.

"집이 안심습지 근처로 이사 갔어요. 그래서 안심습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풍경을 저절로 그리고 싶어졌죠."

작가는 흐르는 강물과 하늘을 같은 색감으로 통일했다. 그래서 익숙한 풍경은 깊고 넓은, 마치 처음 보는 것과 같은 공간으로 변한다. 무한한 공간에는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의 풍경이 담겨 있다. 사계절을 그곳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았을 작가의 서정이 느껴진다. 주로 '생각 속의 개념'을 그리던 작가가 비로소 풍경 속으로 걸어 나온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주로 피그먼트를 재료로 사용했다. 작가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하여 스스로 물감을 개발하고 틀을 짜고, 흙을 굽고 액자를 만든다. 그 작업은 회화, 입체, 설치, 판화와 같은 다양한 작품으로 완성된다.

그가 테라코타로 선보이는 조각 작품은 주로 손과 집, 사람이 주를 이룬다. "손은 표정이 많아요. 그리고 그 표정은 바꿀 수 없다는 특징이 있죠. 얼굴보다 형태가 재미있고, 그 표정이 극명하게 느껴져 손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어요." 그의 조각품에서 조각배는 으스러지려 하고 집은 비어 있다.

이번 전시에는 똑같은 모형에 찍어낸 색깔이 다른 손 모형 30여 개가 전시된다. 마치 판화와 같은 그의 작품은 독특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렇게 만든 조각들을 때때로 자신이 만든 풍경 속에 던져 놓는다. 그러면 오랫동안 조각 작품과 자연의 풍경은 서로 대화한다.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관객들은 회화와 조각을 오가며 같은 작품을 찾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아트디렉터 윤규홍은 "쓸모없음, 죽음, 닳음, 버려짐. 작가는 자신의 언어를 통해 재현한 소외의 공간을 역설적으로 즐긴다. 그는 하나의 몽상적 장소를 구체화시키면서 회화의 본질, 혹은 조각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법을 실험한다"고 말한다. 053)426-5615.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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