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 반려견 크든작든 사냥본능…외출땐 목줄 꼭

입력 2013-02-14 14:10:26

싸움이란 어느 한쪽이 졌다고 생각하면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상대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동물이 작은 동물과 싸움을 하는 경우는 일방적인 싸움이 됩니다. 싸움 후 작은 동물은 상당 기간 동안 두려움과 공포에 떨게 됩니다.

여러 마리 개를 키우는 집에 새로운 개가 들어오면 같은 공간에 넣어 두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새로운 개는 낯선 환경에 적응이 잘되지 않아 으스대고 싸움하려는 덩치 큰 개 때문에 항상 불안에 휩싸이게 됩니다.

어느 가정집에 얼굴에 털이 많아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시츄 견종이 큰개에게 얼굴을 물려 왼쪽 안구의 각막이 찢어지는 손상을 입었습니다.

그 후로 시츄는 사료를 잘 먹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보호자는 털이 안구를 가리고 있는 시츄가 눈이 아픈 것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한참 뒤에야 시츄의 눈에 눈곱이 끼고 눈물을 많이 흘려 이상하게 생각해 내원했습니다.

7개월 된 시츄(수컷)는 참 예쁘고 순한 반려견이었습니다. 그러나 눈을 보는 순간 상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 주위는 부었고 각막은 말라 있었습니다. 각막은 한 번 건조해 말라버리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먼저 생리식염수로 깨끗이 세척을 한 후 관찰을 해보니 각막은 말라 있었고, 상안검에 이빨자국이 선명했습니다. 각막 또한 천공되어 홍채가 밖으로 튀어나온 상태였습니다. 보호자에게 이런 경우 통증이 너무 심하고 안구의 기능이 마비되어 제 기능을 할 수 없어 안구 적출을 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했습니다.

새로운 반려견을 맞이할 때는 반드시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영역 싸움이 일어나고 서열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반려견도 첫인사와 상대를 알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에 합사를 해야 합니다. 합사 이후에도 일주일 정도는 보호자의 세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시츄의 경우에도 이러한 방법으로 친구를 만들어 주었다면 한쪽 눈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한 번은 작은 보더콜리가 목에 피를 흘리며 내원했습니다. 개는 공포에 질려 있었고 상당히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진돗개에게 목을 물렸다고 했습니다. 덩치 큰 진돗개가 사냥 본능에 의해 보더콜리의 목을 물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보호자에 의하면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목줄을 하지 않은 진돗개가 갑자기 나타나 보더콜리를 물었다고 했습니다. 방사선 촬영과 혈액검사를 해보니 목에 이빨자국과 피부가 찢어져 있었으나 특별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봉합수술을 한 후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모든 개들은 사냥본능이 있어 움직이는 동물, 작은 동물이 있으면 물려고 합니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밖으로 외출 시 반드시 목줄과 목줄에 이름표를 달고 대변봉투와 물병을 들고 산책을 해야만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최동학(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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