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명절날 시댁서 상처 받은 아내, 이혼 요구하는데…

입력 2013-02-14 14:51:37

우리 부부는 40대 중반으로 2남 1녀를 둔 평범한 맞벌이 회사원입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 키우느라 20년이란 세월을 정신없이 살다 보니 저희는 사치하거나 하고 싶은 일도 미루며 성실히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명절날 어머니를 뵈면 이러한 저희의 생각이 무너지고는 합니다.

어머니는 은연중 자식들을 차별하는 '언행'을 하시고 아내는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합니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경제적'사회적 능력으로 비교하고 손자들까지도 차별대우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에 아내는 제게 화풀이를 마구 해대곤 합니다. 제가 어머니 언행을 비난치 않고 침묵하면서 아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저를 탓하는 것입니다. 더 힘든 것은 자신만 나무란다며 아내에 대한 제 사랑까지 의심하면서 이혼을 하자고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아내의 좋은 남편도 되고 동시 부모에게도 인정받는 아들이 되고 싶은 게 많은 남성들의 소망일 것입니다. 그러나 귀하께서는 그 소망에서 다소 외롭게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아내의 불행한 마음을 다독여 주자니 어머니께 불효스러운 아들이 될 것 같고, 어머니 편을 들자니 아내 마음을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힘든 일상을 떠나 명절날 배우자 원가족의 집을 찾으면 만남의 반가움이 있어야 하고, 동기들 간에 우애를 다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자라는 아이에게는 집안의 울타리를 통해 자부심도 얻고 격려와 칭찬을 받아 '가족의 힘'을 느끼는 행복 충만한 '심리적 공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시어머니의 처신은 고의적 처사가 아니라 해도 수정을 하셨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특히, 명절 때마다 시어머니의 언행에 아내의 마음이 상해 그에 대한 화풀이로 '귀향길 부부갈등'으로 이어진다면 이 또한 해결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명절날 며느리 마음에 상처를 내려고 의도적으로 자식들을 비교하고 손자녀들까지 차별대우하는 부모는 극히 드물 것이라 보여집니다. 다만,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출세하고 살림을 확장한 자식이 대견하고 칭찬하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자식들의 입장도 배려하시면서 가족 전체의 기쁨과 축하할 일로 느끼게 해주는 '말의 기술'을 배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가장 좋은 선물은 '겸손하고도 축복을 주는 말'일 수 있습니다. 축복을 주는 말은 자식들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불러오지 않게 하며, '경쟁'과 '분노'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온유하고 겸손하고 사랑이 깃든 화평한 말을 나누면 그 사랑의 언어는 온 가족을 편안하게 하며 서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애틋한 가족의 끈'으로 기능하게 할 것입니다.

남편께서는 부모님께 먼저 무릎 꿇고 진심으로 부탁을 드려 보세요.

"어머니, 깊은 사랑과 헌신 고맙습니다. 제 집사람에게도 저희 키울 때 해주셨던 따뜻한 말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말로 예뻐해 주세요! 그래야 저도 편안하게 살 수 있답니다"라고요.

그리고 아내 손을 꼭 잡고 지금이라도 이렇게 얘기를 합시다.

"여보, 당신 많이 서운했겠구나! 그간 당신 기분 이해하지 못하고 당신 편을 들지 못해 미안했어. 다음 명절 땐 당신 마음 편안하게 지내게 도울게, 사랑해!"

'미안해' '사랑해' '지켜줄게'란 말은 '관계의 치유'적 말이 되어 목단꽃처럼 화사한 아내의 얼굴을 보게 해 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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