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 레슬링계 "그래도 희망 놓지 않겠다"

입력 2013-02-14 11:20:38

지금도 비인기 종목인데… 당장 선수 수급문제 '한숨'

"고대 올림픽 종목이란 것만 믿고 너무 방심했다.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레슬링이 하계올림픽의 핵심종목(Core Sports)에서 탈락한 소식이 전해진 13일 대구경북 레슬링계도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레슬링인들이 힘을 합쳐 침체한 레슬링을 다시 부활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

이날 지역 레슬링인들은 서로에게 전화를 걸어 허탈감을 토로했고, 지도자들은 당장 불어 닥칠 선수 수급 문제의 어려움을 걱정했다.

13일 대구 경구중학교 레슬링 연습실에는 대구 수성중과, 광주광역시의 송정중 레슬링부까지 전지훈련을 와 20여 명의 중학생이 한데 어우러져 구슬땀을 쏟고 있었다. 어린 선수들의 힘찬 함성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였으나 퇴출소식을 접한 코치진들은 애써 표정을 감추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1970년대 후반 국가대표를 지낸 경구중 박동건 감독은 "학부모들의 우려 섞인 전화를 받았다. 올림픽에서 레슬링이 퇴출당해 아이의 진로를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아직 총회(9월 예정)가 있으니 두고 보자고 했지만, 레슬링의 위상 추락에 한숨만 나왔다"고 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첫 금메달(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을 따낸 이후 효자종목의 선두주자였던 레슬링은 최근 인기가 급감하면서 중학교 레슬링부는 선수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 2011년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3개, 지난해에는 금메달 2개'은메달 2개'동메달 1개로 중학 레슬링의 명문인 경구중마저도 레슬링을 하겠다는 선수들이 적어 지도자들이 직접 가능성이 엿보이는 학생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말 현재 초'중'고'대학, 일반부까지 120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고 중학교에서는 경구중과 수성중, 왕선중, 학산중 등이 레슬링부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레슬링인들은 비인기 종목에다가 훈련이 너무 힘들어 지원자가 줄어들지만, 선수들이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 하나를 바라보며 혹독한 훈련을 견뎌오고 있는데, 이번 퇴출 소식이 그런 희망을 앗아가 버렸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이를 계기로 레슬링계가 반성하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를 찾아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12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레슬링이 2020년 대회부터 채택되는 올림픽 핵심종목에서 빠졌지만, 노력하면 재진입의 길이 없지 않다는 것.

대구시레슬링협회 유창엽 전무이사는 "레슬링이 다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진입하기 위해 레슬링인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또한, 엘리트 체육에만 머문 레슬링이 이제는 생활체육 등 대중화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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