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지지 않는 부정적 여론…"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사퇴

입력 2013-02-14 07:35:50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13일 끝내 자진사퇴했다.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지 41일 만이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자가 '버티기'를 풀고 '사퇴'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4일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자 국회 본회의 표결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버티기에 들어갔다. 또 그간 정치권의 사퇴 압박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간헐적으로 언론에 나와 자진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 후보자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가시지 않고 있어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치더라도 낙마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동의를 얻어 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한 것으로 알려진 마당에 더 버티다가는 두 사람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 향후 입지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 일부에선 "이 후보자의 사퇴에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 후보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박 당선인에게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며,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이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여야는 환영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헌재소장 공백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면서도 이 후보자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민주통합당은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의 잘못된 인선이 초래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본인이 여론 등을 고려해 고뇌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보고 그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헌재소장의 공백사태가 길어지지 않도록 새 후보자 지명이 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사필귀정이며, 늦었지만 국민 모두를 위해 천만다행한 일"이라면서도 "이 후보자가 도덕성 시비로 자진사퇴하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벌어진 데는 자격미달의 후보자를 추천한 이 대통령과 이를 협의해 준 박 당선인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고 비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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