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동의 수려한 강 문화, 문화산업으로 연결할 때

입력 2013-02-14 07:39:01

물의 포말이 연기처럼 일렁이며 끝없이 이어지는 안개의 도시라는 어느 시인의 소개 글이 있고 보면 안동은 영락없는 물의 도시다. 사방 천 리 겹겹으로 산들이 산맥처럼 둘러싸고도 물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으니 '제대로 물 구경하려면 안동 가야 한다'는 속담은 실로 빈말이 아니다.

안동은 어딜 가나 맑고 푸른 강물이 넘실거린다. 심산유곡 목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물살을 차오르는 버들치의 힘찬 유영이 그림 속 풍경이 된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물이 풍족하다 보니 이곳에 수준 높은 문화가 창조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건축 등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그림과 음악에도 응용이 되었으며, 영감의 화신이 되어 철학이나 도학, 시문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임청각의 11대 종손으로 18세기를 낙동강과 벗하며 살다간 허주 이종악은 오래된 책과 거문고, 그림과 글씨, 뱃놀이, 화초에 대한 고상한 취미가 있었다. 그는 1763년 어느 봄날 닷새를 벗들과 낙동강에 배를 띄우고 안동의 수려한 경승을 유람했다. 그때 남긴 그의 12폭 병풍 화첩의 유려한 필치는 왜 이곳에서 최고급 강문화가 꽃필 수밖에 없었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호남가단이 율곡과 면앙을 기점으로 송강과 고산으로 계보가 이어졌다면, 영남가단은 농암의 어부사를 원류로 퇴계를 거쳐 송암 권호문, 병와 이형상, 경산 이한진으로 계승이 되었다. 지금도 농암의 터전이었던 분강(부내)에는 영남 좌도사림이 즐겼던 유상곡수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안동에 산재한 구곡문화도 주목의 대상이다. 중국 송나라 주자가 무이구곡을 경영했듯 조선 주자학의 조종인 퇴계는 자신의 이상향인 도산십이곡을 노래했다.

안동에는 물을 대상으로 자신의 삶과 철학을 표현한 구곡원림이 전국 최고인 8곳이나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을 대상으로 수천 편의 시문이 창작되었는데 이제는 이러한 빼어난 강문화의 원형이 물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성장 동력이란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야 할 시점이다.

510리를 유장하고도 융융하게 흐르는 대하의 낙동강 또한, 단순한 강에서 스토리를 품고 산업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강으로 부활해야 할 시점이다. 낙동강이 비로소 탈춤공원 앞 버들섬에서 하나가 되듯 실질적 낙동강의 본류답게 안동은 모든 물 이야기의 본향이고 대한민국 물 산업의 원천이며 중심지라고 할 것이다.

20세기가 석유의 시대였다면 다가올 세계는 물이 지배하는 시대다. 물 자체가 미래의 성장 동력이라는 것이 확인된 만큼 안동을 비롯해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2015 세계물포럼'은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다.

물 포럼을 성공적으로 치른 국가와 도시가 물 산업 강국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낙동강 물 주간 행사를 세계적인 물 관련 행사로 격상하는 것에서부터 물 산업 육성재단설립, 물 교육센터의 유치, 물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 등 지금부터 진정한 물의 도시로 가기 위한 여정을 차근차근 그리고, 빈틈없이 밟아가야 한다.

아울러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곁에 산재해 있는 강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재편하는 문제다. 전국 최대의 담수를 자랑하는 안동호를 수상 스포츠 천국으로 변모시키고, 보조호수에는 개목나루를 조성하여 이것을 주변의 호반 나드리 길, 월영교, 한자마을, 안동문화관광단지와 연계한 경제가 흐르는 친수공간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여정도 이것이 물 산업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임하호에도 15만㎡ 규모의 수상 레저타운을 세우고, 법흥교에서 구담보까지의 낙동강 110리 생태공원을 권역별로 특화된 물 융합산업 클러스터 단지로 만들어 문화가 꽃피는 공간으로 재편하려는 계획도 다가올 시대를 위한 준비다.

수천 성상, 이 땅 사람들의 삶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낙동의 '주유청강'(舟遊淸江)-'월야선유'(月夜船遊)-'상선약수'(上善若水)의 물길을 주변문화와 연결하는 물 산업 네트워크의 형성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강 문화의 원형이 물 산업의 원천인 만큼 전국 최고의 문화자원을 물 산업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적용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때다.

권영세/안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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