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에서 사퇴한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이어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외아들도 허리디스크로 병역면제를 받은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외아들이 군대에 가서 야물어져서 오기를 바랐는데 부모로서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들 방법만 있으면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 하는데 군대를 못 보내서 안타깝다니 이런 '무정한' 부모도 있나 싶다.
뭐 미안해할 것 없다. 고관의 아들이 병약(病弱)으로 군대에 가지 않은 것이 어디 어제오늘의 일이던가. 더구나 지도층 자녀의 군 복무를 당연한 의무로 여겼던 미국에서도 이제는 군대가 먹고살기 어려워 군대로 몰리는 저소득층 출신의 '전사 카스트' (Worrier Caste)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 않는가. 마이클 샌델 교수에 따르면 2004년 뉴욕 시 입대자의 70%가 저소득층인 흑인과 히스패닉계였다. 반면 2006년 프린스턴대 졸업자 1천108명 중 입대자는 단 9명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전장에서 죽어 나가는 것은 빈곤 계층이다. 부시 행정부의 고위직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자식을 보낸 사람이 하나도 없었고 상'하원 의원 자녀가 입대한 비율도 1%에 그쳤다. 이를 두고 한국전 참전 용사로 징병제 도입을 주도하고 있는 찰스 랭글 하원 의원은 "정책 입안자 자녀도 참전 부담을 져야 했다면 이라크 전쟁은 애초에 시작도 안 됐을 것"이라고 개탄했었다. 온갖 병을 달고 있었던 케네디 대통령이 루스벨트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였던 아버지의 '빽'으로 해군에 입대했던 일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얘기가 된 것이다.
정 후보자의 외아들은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4년 뒤 병역 처분 변경 신청을 한 뒤 재검을 받아 5급 면제 판정을 받았다. 1차 검사 때는 별 탈이 없었는데 2차 때 갑자기 허리 병이 생겼다는 얘긴데 뭐 신기해할 것도 없다. 지난번 본란에서 얘기한 대로 고관의 아들에겐 신기하게도 징병검사 때만 나타나는 병약(病弱) 유전자가 있는 모양이니까.
그러니 고위 공직자 아들 본인들도 동년배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만약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나라는 돈 없고 '빽' 없는 서민의 신체 건강한 자식들이 지켜줄 테니 걱정 말고 부모 잘 만난 혜택을 마음껏 누려라.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개나 물어가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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