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인 배추에 고춧가루와 액젓, 마늘 등 갖은 재료를 넣은 양념을 버무려 발효시킨 오늘날의 김치가 등장한 것은 19세기 무렵이다. 16세기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부터 고추가 들어왔고 거의 두 세기가 지나서야 고추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양념이 됐다. 19세기엔 중국에서 김장김치에 적합한 결구배추(속이 차는 배추)가 들어와 오늘날의 김치를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 완성됐다.
온전한 김치가 완성된 것은 19세기 무렵이지만 김치에 대한 역사상 기록은 이보다 훨씬 앞선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엔 고구려에서 발효 식품을 잘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6세기 중국 북위 때의 제민요술은 신미료에 담그는 엄초법, 소금과 발효 기질을 이용하는 발효지법, 장아찌에 해당하는 엄장지법으로 나눠 김치 담그는 법을 소개했다. 고려 시대 향약구급방은 배추에 관한 기록을 처음으로 담았다. 김치 재료로 주로 순무를 사용했고 장에 절인 순무 장아찌는 여름용으로, 소금에 절인 순무 절임은 봄 가을 겨울용으로 사용했다고 썼다. 조선시대 초 태종실록엔 초겨울 배추와 무를 절여 저장한다는 침장고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고 수운잡방은 무김치 가지김치 등 김치를 종류별로 소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김치는 중국과 일본의 채소 절임이나 장아찌류와 별반 차이가 없다. 선조들은 여기에다 젓갈을 비롯한 양념을 더하고 발효를 시켜 한국 대표 고유 음식 김치를 완성했다.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이 최근 트위터에 직접 담근 김치를 공개하고 레시피를 올려 화제다. 미셸은 자신이 텃밭에서 직접 키운 배추로 김치를 담갔다며 집에서 김치를 담가보라고 권했다. 냉장고에서 나흘 동안을 숙성시켜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숙성 기간을 거쳐야 제 맛을 내는 한국 김치와 숙성하지 않는 일본 기무치의 차이를 미셸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치의 세계화는 멀고도 험하다. 세계김치연구소가 지난해 말 독일과 프랑스 성인을 대상으로 김치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독일 성인의 16%, 프랑스 성인의 18%만이 김치를 알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일본의 스시는 95%가 알고 있었다. 김치의 인지도는 태국의 팟타이(30%)나 중국의 딤섬(27%)에도 못 미쳤다. 미셸 오바마의 김치 트윗이 얼마나 김치의 세계화에 기여할지 주목된다.
정창룡(논설위원 jc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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