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의 교육 느낌표] '우리'는 충분히 힐링했다

입력 2013-02-12 07:21:16

-사제동행 디베이트 어울마당①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우리'라는 말을 좋아한다. '우리' 집, '우리' 나라, '우리' 음식. 바로 이게 '우리'의 힘이다. 너와 나의 벽을 허물고 그와 우리의 벽을 허물고 그들과 우리의 벽을 허물면 결국 '우리'의 공간이 생기는 것. 이 간단하고도 어려운 진리를 나는 이 디베이트 어울마당을 통해 배웠다. 나는 한 마리의 양계장 속의 닭이었다. 내가 가둔 스스로의 벽 속에서 그저 끙끙 앓았던. 이 어울마당은 그런 나의 빗장을 열어주어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과, 그리고 옆에서 함께 뛰노는 친구들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 우리들을 저 멀리에서 웃으시며 보시고 계시는 선생님들도.(대곡중학교 배세린 학생의 '사제동행 디베이트 어울마당' 후기 중에서)

'600명의 조화도 만들어냈는데 300명이야 가뿐하지요. 걱정 마세요. 모든 일이 잘 될 테니까.' 4주 동안의 교사 토론연수를 진행하다 보니 2월 2일에 예정된 '사제동행 디베이트 어울마당' 준비를 거의 하지 못한 1월 말, 어느 선생님이 보낸 문자. 내 걱정이 얼굴에 나타났나 보다. 방학이라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대구 토론교육에 대한 현장 선생님들의 부담과 디베이트 교육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해 토론연수 내내 선생님들과 함께했다.

지금은 교육청이 하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시대가 아니다. 비록 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진정성이 존재할 리가 없다. 그러한 마음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질 것이고 결국 아이들조차 토론교육으로 행복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선생님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연수 내내 현장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원단 선생님들과 어울마당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연수 진행으로 바쁜 선생님들에게 내 걱정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연수가 끝난 2월 1일, 행사 장소인 경북여고로 향했다. 깨끗하게 정리된 교실과 강당을 보니 경북여고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행사는 정리로 시작해서 다시 꾸미는 과정이다. 어울마당 티셔츠와 함께 물품들이 도착했다. 강당에는 26개의 원탁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지고 무대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붙었다.

기적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다양한 토론 관련 자료들이 강당 곳곳에는 물론 모든 복도 창문과 벽에 예쁘게 부착되었다. 각 교실에도 작은 어울마당 현수막이 붙었다. 단 2시간 만에 일어난 변화였다. 10명의 교사 지원단 선생님들과 26명의 학부모 봉사단은 모두가 자신의 일인 것처럼 움직였다. 3시간도 걸리지 않아 행사의 모든 준비가 끝나고 간단하게 리허설까지 마쳤다. 상상하지 못한 풍경이었다. 위의 학생이 말한 '우리'의 의미를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드디어 2월 2일 9시, '2013 사제동행 디베이트 어울마당'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하루를 학교에서 보낸다. 왜 그래야 하는지, 그것이 옳은지에 대한 물음표는 별로 없다. '좋은 대학'이라는 동일한 진리를 위해 대부분이 침묵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하는 일상과 그래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학생들이, 그리고 선생님들이 진정으로 동의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진정한 교육의 가치가, 배움의 목표가 무엇인지 흐려진 시대상황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은 희망을 건지는 그런 풍경. 그런 풍경을 만들고 싶었다.

소통은 아름다웠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소통하는 풍경이 아닐까? 사랑도, 우정도 모두 소통일 테니까. 그 소통 안에서 선생님도 학생도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마음을 건지고 싶었다. 나도 조금씩 어울마당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도, 우리도 충분히 힐링했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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