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길 노잣돈까지 날름…믿을 만한 상조사 없나요"

입력 2013-02-09 08:00:00

'서민들 쌈짓돈까지 노리는 상조 사기, 외부회계감사로 줄어들까.'

5년 전 300만원을 들여 상조서비스에 가입한 김 모(54) 씨. 하지만 해당 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300만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전화도 하고 직접 찾아가기도 했지만 업체 관계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조업체는 부도에 대비해 회원들에게 매월 받는 선수금의 30%를 은행에 예치해야 하지만 김 씨가 가입한 업체는 선수금을 제대로 예치하지 않았고 김 씨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것.

상조회사가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상조서비스 관련 피해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상조서비스에 가입한 노인들의 쌈짓돈을 이용한 사기도 많아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상조회사 회원만 350만 명, 피해도 점점 증가=상조회사는 전국적으로 300개가 넘고 회원은 350만 명에 달한다. 업체의 증가와 함께 피해도 증가하면서 정부는 회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회원으로부터 받은 선수금의 30%를 은행이나 공제조합이 예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치금 기준도 채우지 않은 업체가 많아 소비자 피해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이런 업체들은 은행과 계약만 해놓고 실제로 돈은 예치하지 않는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눈속임을 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고객예치금을 은행에 넣어둔 상조회사 209곳 중 35곳이 법정 준비금 30%를 채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은행에 예치금을 맡긴다고 안심하고 있을 수 없다. A 상조업체의 경우 다른 상조업체 회원 9만5천명을 인수하면서 늘어난 선수금을 제대로 예치하지 않았다. 선수금이 48억원임에도 11억원으로 신고한 뒤 2억3천만원만 예치한 것.

B 상조업체의 경우 한 상조회사를 헐값에 인수한 뒤 상호를 변경했다. 자본금 3억원으로 시작한 해당 업체는 회원들의 돈을 유용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폐업했다. 업체 대표는 허위 사망진단서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다녔다.

또 상조업체가 다른 상조업체에게 회원을 인도'인수하는 과정에서 할부거래법을 위반한 미래상조119, 두레상조, 희연상조 등 3개 업체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면서 올 초 검찰 고발됐다.

◆외부회계감사로 상조서비스 투명해질 전망=상조 업체로 인한 피해는 특히 노인들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상조 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세가 많은 부모를 모시고 있는 자식들도 목돈은 장례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할부형태로 상조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상조가입이 늘어날수록 사기, 배임, 해약 거부, 폐업 등으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예치금 제도를 마련했지만 법망을 피해나가는 상조업체들이 많아 무용지물이라는 비난도 많았다.

앞으로는 선수금이 5억원 이상인 상조업체는 외부회계감사가 의무화될 전망이다. 또 선불식 할부거래 업체의 임직원과 지배주주 대출 등 부적절한 자산운용은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할부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최근 상조업체 간 인수합병으로 인해 소비자피해가 다량 발생하고 있는 추세에서 부조리성 상조서비스를 규제하기 위해 정부는 2010년 9월 할부거래법을 개정했지만 해약환급금 지급거부 등으로 인한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개정안에는 선불식 할부계약의 정의를 분명할 것, 선수금 5억원 이상 상조업체는 외부회계감사 의무화, 선불식 할부거래 업체의 임직원'지배주주는 부적절한 자산운용 금지, 휴업 3개월 초과 시 시'도지사 직권으로 등록 말소, 변경된 상호'주소'전화번호'전자우편주소'대표자 이름 의무 고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할부계약 인수 시 소비자 설명 및 서면 동의를 받도록 했다.

또 인수 받은 할부계약과 관련한 모든 의무도 승계되며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자신의 선수금 현황에 관한 열람이 가능하고,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등의 예치기관은 상조업체의 선수금 증명서류를 확인한 후 예치금을 입금 또는 반환해야한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선수금 보전계약을 체결한 후 법정 선수금 보전비율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시정명령, 영업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상조업체의 선수금 보전실태 등에 대한 공정위의 감독강화를 촉구해왔고 피해사례가 늘면서 상보서비스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해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상조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상조업체의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조속히 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