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진정한 맛…아이들의 건강한 모습에 흐믓
지난해 2월, 바람이 심하게 불던 겨울날 아이들과 처음으로 스키 캠핑을 갔다.
전날 밤부터 시작된 장비 정리는 새벽에 다시 출발을 위한 준비로 이어졌다. 일반 캠핑과는 달리 스키 캠핑은 준비할 것들이 많다. 숙영을 위한 캠핑 장비는 물론 스키나 보드를 타기 위해 추가되는 장비들이 캠핑 장비 못지않게 많다. 그리고 강원도 오토캠핑장은 대구와는 많이 차이가 나 난방 관련 장비도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많은 준비물을 챙겨 고속도로를 3시간 넘게 달려서야 스키장에 도착했다. 곧바로 필요한 장비들을 렌털하고 리프트권을 가슴에 꽂아주고서야 스키 캠프의 1부가 끝이 났다. 곧바로 이어지는 스키 캠프의 2부 라이딩. 도심에선 보기 어려운 설원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새하얀 풍경이 어른과 아이의 눈에 아로새겨진다.
아이들은 동물(?)이다. 아빠,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스키장에서나 어떤 놀이터에서든 동물이다. 스키, 보드 모두 초급 수준의 강습을 해보면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만 막상 스키나 보드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겐 걱정이나 고통은 찾아볼 수 없다. 비싼 강습비를 내지 않아도 안전장구만 있다면 그냥 아이들은 눈밭을 누비기 바쁘다.
그렇게 두 번만 슬로프를 오르락내리락하면 비싼 돈을 들여 배운 초급강습보다는 아빠의 정성과 사랑으로 이루어진 강습이 몇 배의 효과를 보곤 한다. 아이들 넷을 10년 가까이 스키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단 한 번도 강습을 시킨 적이 없다. 그냥 내가 아는 범위에서 함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걸음마를 시작하듯 불안하게 시작된 라이딩은 어느덧 질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만나게 한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그런 시간 속에서도 아이들은 아프다는 어리광보다는 이 시간이 끝나감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다시 올 날만 기다린다.
이렇게 새벽부터 시작된 스키 캠프의 여정은 눈밭을 뒹구는 아이들의 모습과 그런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바라보는 아빠의 모습으로 2부를 마감한다. 해가 지기 전에 캠핑장으로 이동해 잠자리를 마련한다. 종일 차가운 눈밭을 뒹군 아이들을 위해 평소보다 더 튼튼하고 따뜻한 집을 지어야만 한다. 먹을거리 또한 풍성하고 맛난 것들로 준비한다. 새벽부터 시작된 스키 캠프의 여정은 지칠 줄 모르는 아이들의 수다로 캠핑장의 밤을 밝히고 타들어가는 모닥불은 내일의 힘찬 행진을 응원하듯 활활 타오른다.
힘들다고 지친다고 말할 수 있는 이런 시간 속에서 과연 아이들과 부모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건강한 아이들의 모습이다. 육체적으로만 건강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아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또 하나의 배움이 될 수 있는 스키나 보드를 타고 조금은 차게 느껴질 캠핑을 하면서 아이들은 건강해지는 것이다.
온종일 찬 슬로프를 누빈 탓일까? 아이들은 평소와는 달리 저녁을 먹기 바쁘게 침낭 속에서 잠에 빠져든다. 그사이 하루를 마감하는 아빠와 엄마는 아이들이 잠든 사이 젖어버린 스키복과 장비들을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한다. 이제는 엄마 아빠들의 시간, 앞으로 살아갈 방향과 아이들에 대한 공통 관심사로 차가운 강원도 하늘을 녹이며 때로는 묵묵하게 미소도 지어보고 때로는 수다로 스키 캠프의 3부를 마무리한다.
그렇게 강원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아침을 준비한다. 아이들은 아침을 챙겨 먹고도 자기 몫의 소시지를 하나씩 챙겨들고 모닥불 앞으로 가서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굽기 시작한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캠핑장을 울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사이 돌아갈 준비를 한다. 또다시 3시간을 달려 집에 도착한다. 집에 돌아오기 무섭게 아이들은 아빠에게 물어본다. "아빠, 우리 언제 또 스키 캠핑 갈 거야?"
이원곤(네이버 캠핑카페 '대출대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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