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값 못하는 문화예술회관] <하>관객 찾아오는 인프라 구축을

입력 2013-02-07 11:18:25

공연 초청·작품 기획, 지자체 손 맞잡고 같이하자

경북도내 각 문화예술회관이 공동으로 작품을 초청하거나 공동 기획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문화예술회관의 활용도를 높이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사진은 2012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지원작
경북도내 각 문화예술회관이 공동으로 작품을 초청하거나 공동 기획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문화예술회관의 활용도를 높이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사진은 2012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지원작 '데자뷰'. 매일신문DB

수백억원을 들여 개관하고도 활용도가 떨어지는 경북의 문화예술회관을 활성화해 지역민들의 문화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산 탓만 하기보다는 공연 기획 분야에 전문가를 배치해 질 높은 공연으로 관객들이 찾아오는 공연장을 만들자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지자체 손잡고 공연 초청하자

도내 각 문화예술회관들이 공동으로 작품을 초청하거나 공동 기획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 문화예술회관의 활용도를 높이자는 의견이 있다. 개별적으로는 적은 공연비로 대작이나 작품성 높은 공연을 초청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각 문화예술회관들이 갹출해 작품을 섭외하자는 것.

또 공동 기획으로 작품을 만드는 방안도 거론된다. 수년 전 경기지역 문예회관 실무 관계자들이 모여 실무협의회를 만들어 공동으로 뮤지컬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연계를 통해 문화예술회관 순회 공연으로 활용도를 높였다는 것.

하지만 대구경북의 경우도 실무자급에서 수차례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됐지만 실제 실행되지는 못했다. 5년 전 구미문화예술회관과 포항문화예술회관 측이 발레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초청해 순회 공연을 할 계획을 세웠지만 해당 작품에 대한 양측의 이해관계가 달라 무산된 적이 있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 맹수호 공연기획팀장은 "문화예술회관마다 처한 환경이 모두 달라서 이 같은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실제 진척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경주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제작자들이 작품을 공동으로 판매하는 것을 극히 꺼린다. 경주와 포항은 거리가 가까워 시장이 겹치는 등 제작자들도 손해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행정기관, 지나친 간섭은 '독'

기초단체의 과도한 간섭과 개입 등도 활성화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724억원을 들여 개관한 경주예술의전당 경우 경주시의회로부터 혈세 낭비 사례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됐다. 경주시의회는 지난해 7월 행정사무감사와 올 1월 시정질의에서 경주예술의전당이 지원금에 비해 공연 수익이 저조하다며 수차례에 걸쳐 질타했다.

하지만 공공성이 강한 문예회관에 경제적 잣대만 들이대 계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경주와 안동의 경우 대공연장 좌석 수가 1천 석이 넘는 대형 공연장을 갖고 있는데 행정기관이 '어떤 공연'인가보다 '객석이 얼마나 찼느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

대구경북연구원 오동욱 사회문화팀장은 "대도시에서도 1천 석 규모의 객석을 다 채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술회관 자체가 공공시설인 만큼 투입된 예산 대비 관객 수만 계산해 성과를 보는 현재의 평가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 조형대학원 민주식 교수(예술행정학과)는 "관객 숫자에 집착하다 보니 대한민국 전체 인구보다 관객 수가 두 배, 세 배 많은 엉터리 통계가 나오기도 한다"며 "문화는 좋고 나쁘다고 점수를 매기는 것이 쉽지 않다. 지역의 실정에 맞게 평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주예술의전당이나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정도 규모의 공연장은 순수 공연 예산만 연간 10억원 정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공연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공연기획 인력과 무대기술 인력도 현재보다 갑절 더 지원해야 한다는 것.

한 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기초단체장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수백억원을 들여 건물을 개관했으면 이에 걸맞은 지원도 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공연 수익을 더 올리라고 떼쓰듯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단체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구 북구문화예술회관 서상화 공연기획담당은 "단체장이 주변의 입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소신을 갖고 지역의 문화 역량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문화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최소 5, 6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성아트피아는 지자체가 재단의 자율성을 극대화하고 간섭을 최소화한 사례로 꼽힌다. 아트피아 전체 직원 30명 가운데 29명이 재단에 소속된 전문 인력으로 공무원은 지자체 지원금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1명만 파견됐을 뿐이다. 이 같은 시스템 덕분에 재단 측은 자율적으로 각 분야에 전문가를 적절히 배치할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장 창출해야

경북 중에서도 규모가 큰 도시인 포항, 경주, 안동마저도 공연 예술 수요가 많지 않다. 이들 지역민들은 대구까지 '원정 관람'을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경우 2014년 도청 이전을 겨냥해 시장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체적으로 문화기획인 양성과정을 만들어, 어린이인형극, 문화예술의전당 공간을 빌려주는 공간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영일 관장은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요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인근 영주, 예천 등지까지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주예술의전당은 문화 소외 계층 및 지역을 위한 맞춤형 '찾아가는 공연'을 확대하고 있다. 또 소공연장에는 아마추어 공연도 구상하고 있다. 경주예술의전당 엄기백 관장은 "문턱이 낮고 차별화와 다양성이 공존하는 형태로 운영해 많은 시민들이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아트피아의 '예술 아카데미'도 좋은 사례다. 피아니스트 김용배, 건축가 김억중과 영화제작자 이준동 등을 강사로 초빙해 전문적인 예술 강의를 하는 이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갈하는 동시에 추가 수익을 내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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