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러 갔더니 상조회사 홍보장

입력 2013-02-07 11:31:04

무료관람권 나눠주며 유인…1시간여 가입 유치 열 올려

한 상조회사가 영화 무료관람권을 나눠주면서 소비자를 유인해 상조 회원 확보에 열을 올려 영화를 보러 온 시민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무료관람권.
한 상조회사가 영화 무료관람권을 나눠주면서 소비자를 유인해 상조 회원 확보에 열을 올려 영화를 보러 온 시민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무료관람권.

한 상조회사가 영화 무료 관람권을 나눠주면서 소비자를 유인해 상조 회원 확보에 열을 올려 영화를 보러 온 시민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대구시내 곳곳에 '최신개봉영화 무료관람권'이라는 영화표가 뿌려졌다. 초대권에는 4~6일 사흘 동안 영화 '26년'을 공짜로 보여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티켓의 뒷면에는 영화의 내용과 한 상조업체에서 '관혼상제 예법 홍보의 일환으로 발행됐다'는 내용, 주의사항 등이 적혀 있었다.

6일 오후 1시쯤 무료관람 영화가 상영된다는 대구 동구 봉무동 한 멀티플렉스 극장 로비에는 무료관람권을 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극장을 찾은 사람들의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대부분 50대로 보이는 중년 남녀들이 대부분이었다. 관람권을 가진 사람들은 상영관 입구에 줄을 서기 시작했고 1시 10분쯤 되자 이 관람권을 뿌린 상조업체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입구를 정리하면서 "이 영화는 우리 회사에서 보여주는 영화이며 극장과 관계가 없다. 영화 시작 전에 상품 설명을 잠깐 동안 진행한 뒤 영화를 상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1시 20분에 입장이 거의 완료되자 자신을 이 상조업체의 본부장이라고 소개한 한 40대 남성이 나와서 상조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가입절차, 특전 등에 대해 소개했다. 이 남성은 "월 3만9천800원으로 장례를 비롯한 각종 경조사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으며 오늘 이 영화관에서 가입하시는 분들에 한해 납입금을 할인해 드리는 특전도 제공하겠다"며 관객들의 가입을 유도했다.

영화를 보러 온 관객 중 일부 관객들은 불평을 터트렸다. 업체의 설명 중 한 관객은 "영화 보러 왔는데 왜 안 틀어주느냐"며 소리치기도 했고, 일부 관객들은 "우리가 영화 보러왔지 설명 들으러 왔느냐"며 설명 중간에 나가기도 했다. 설명이 길어지면서 관객들은 "공짜라고 하기에 기대하고 왔더니 결국 상조업체 마케팅에 낚인 거였다"며 수군대기도 했다. 설명을 맡은 직원은 "여러분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서 그러니 빨리 설명하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 드리겠다"고 달래면서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약 1시간이 넘는 설명이 끝난 뒤 상조업체 회원 가입서와 볼펜이 관객들에게 배부됐으며 설명을 맡은 본부장은 "가입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니 읽어보시고 가입을 잘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고 계속 외쳐댔다. 영화는 관람권에 적힌 시간인 1시 20분을 넘겨 2시 30분쯤 영화 앞부분 10여 분이 이미 상영된 상태에서 관람이 시작됐다.

극장 직원은 "극장은 대관만 해 줄 뿐 이 무료관람권 배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최신 흥행 영화를 무료로 보여주며 홍보를 벌인다는 것 자체가 특이하다"며 "이것이 상조회사의 새로운 홍보 방식으로 자리 잡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행사를 진행한 상조업체 한 관계자는 "관람권에 '관혼상제 예법 홍보의 일환'이라고 명시를 해 두었고, 가입자 확보 이전에 회사 홍보를 위해 만든 자리"라며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방식의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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