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크로드 신라, 디지털로드 한류

입력 2013-02-07 07:20:39

경상북도는 미래의 자원을 문화에서 발견했다. 동'서양 문화의 용광로인 터키 이스탄불에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우리는 배고픈 시대에 먹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유보하거나 희생해 왔다. 그리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다. 이제는 '문화의 빈곤'을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이스탄불-경주문화엑스포를 통해 소피아 성당 앞에서 신라 문화를 앞세워 유럽인들에게 한반도 문명을 보여 주고자 한다. 한국문화의 세계적 가치를 알리고 한국의 성공 이야기를 문화로 녹여 내고자 한다.

문명 교류의 역사는 '길'을 따라 이루어졌다. 20세기 후반까지는 '왕의 길'과 '실크로드'를 통해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21세기에 인터넷으로 표상되는 '디지털로드'가 새롭게 탄생했다. 인류 역사상 문명 간의 소통은 평화보다는 전쟁과 정복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대 아테네와 페르시아의 패권쟁탈전은 최초의 동서 문화 충돌이었고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 이후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가 형성됐고 이 길을 따라 중국의 비단과 로마의 문물들이 오갔다. 실크로드는 중국 중원 지역에서 시작, 시안(옛 장안)과 중앙아시아 초원을 거쳐 지중해 동안과 북안에 이르는 길을 의미하지만 실제로는 한반도까지 연결되는 장대한 교통로였다. 신라 천 년의 고도 경주에서 빈번히 출토되는 서역계 로만글라스, 겔트식 보검은 오래전부터 실크로드를 따라 동'서양의 교류가 활발히 전개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잘 보여준다. 동서 문명의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소통과 융화가 이루어지던 실크로드의 종착지는 중국이 아니라 한반도였다. 올해는 신 실크로드 건설의 원년이 될 것이다. 이번 엑스포를 통해 동서 문명의 문화, 경제를 소통시키고 융화시킬 새로운 실크로드의 출발점을 건설해야 한다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오는 8월에 시작되는 이스탄불-경주문화엑스포를 통해 세계를 향한 한류의 물결이 용솟음치는 한 해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5천 년 역사의 축적된 문화를 바탕으로 창의력과 생명력 넘치는 한류 콘텐츠로 '문화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한류가 지속 가능한 세계적인 가치가 되려면 한국적인 정체성으로 한국문화(K-Culture), 한국스타일(K-Style)을 창조해야 한다. 실크로드 역사, 터키의 문명, 이스탄불의 문화에 신라와 한류를 문화예술로, IT로 보여주려 한다. 실크로드 시대의 신라, 디지털로드 시대의 대한민국을 세계에 마음껏 발산할 기회가 왔다.

토인비는 이스탄불을 인류문명이 살아 있는 거대한 옥외 박물관이라 하였다. 무엇이 이스탄불을 이스탄불답게 하는가? 동양과 서양의 길목에서 동'서양 문화를 함께 어우르는 것이 터키의 큰 매력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동과 서', '고와 금', '성과 속'이 한 자리에 얽혀 있는 나라이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한국과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인 터키는 8천㎞의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 있지만 두 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가깝다. 터키의 한국전 참전과 2002년 월드컵 때문이다. 그때 터키인과 한국인의 가슴은 하나가 되었다. 지금 터키는 지난 1세기간 유럽 짝사랑을 마감하고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동양의 정신에 유럽의 옷을 걸친 터키가 동양 문명으로 점점 더 다가서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지금 옛 실크로드를 활짝 열고 이곳으로 진출하고 있다. 21세기 코리아 실크로드 캐러밴이 한류 상품을 싣고 보스포루스 해협의 다리를 건너 드넓은 유럽 시장으로 갈 수 있는 새로운 문화의 비단길을 만들려 한다.

문화는 사람의 꿈을 실어 나른다. 그 발길에 의해 수만 리 떨어져 있던 실크로드 상의 지역 문화와 종교 그리고 문명들이 서로 교류하고 충돌하고 융합하면서 동'서양을 동서남북으로 잇는 문명교류의 현장들이 길 위에 생겼다. 실크로드를 따라 혜초가 걸었던 둔황석굴과 초원, 그 길 위로 다시 새로운 역사를 열어야 한다. 경주발 특급 문화열차가 이스탄불로 힘차게 출발했다. 이스탄불행 문화엑스포는 디지털로드 시대, 다시 찾아온 문화르네상스 시대에 세계무대에서 문화국가를 세우는 일이다.

김관용/경상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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