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출신 이주여성…영천서 떡집 일하며 굳센 삶
"설 대목이라 오색 가래떡을 썰고 약과를 만드느라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이 없어요."
10년 전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에 온 결혼이주여성 리사(35'영천시 망정동) 씨는 경상도 아줌마처럼 굳세게 살아간다. 그녀의 일터는 영천시 문외동의 사회적 기업인 '별빛촌 시루방' 떡집이다. 이곳에서 그녀는 송편과 약과, 오디찜케이크, 폐백음식, 제사음식 등 다양한 전통음식을 만든다. 하루에 가래떡 주문이 4t이나 들어와 해질녘까지 바쁜 날도 있다.
그녀는 이렇게 바쁜 나날을 되레 좋아한다. 가난하고 외롭게 보낸 지난 시절에 비하면 이제는 미래를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에는 라면 1개를 끓여 남편과 함께 먹을 정도로 어렵게 생활하기도 했다. 일용직 근로자였던 남편도 이제는 회사에 다니며 야근까지 하는 등 착실히 돈을 모으고 있다.
그녀는 이번 설을 보낸 뒤 이달 17일 영천의 한 예식장에서 남편과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올린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편과 둘이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한 지 10년 만이다.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친정어머니와 친척들은 이번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한다고 한다. 3년 전에는 아이도 태어나 이들 부부에게 큰 희망을 안겨줬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재롱둥이이지만 14일 대구 파티마병원에서 잠복 고환 수술을 받아야 한다. 16일 아이가 퇴원하면 하루 만에 결혼식 준비를 해야 할 처지다. 신혼여행은 아직 꿈도 못꾼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과 알콩달콩 살아갈 수 있어 아직도 신혼처럼 너무 행복하다. 리사 씨는 "앞으로 신혼집도 장만하고 아들을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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