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공습에 증시·관광업계 직격탄

입력 2013-02-06 07:34:37

세종시의 기획재정부는 최근 비상이 걸렸다. 기록적인 환율 하락으로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한편 대응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기도 얼어버린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 수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일본이 강력히 추진하는 엔저(低) 정책에 밀리면서 수출 부진은 물론 관광 수입마저 일본에 뺏길 위기에 처했다.

◆기록적인 환율 하락

1월 28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하루 동안 19원이나 급등하면서 하루 상승폭으로는 16개월 만(그리스 외환위기 이후)에 최대를 기록했다. 23일부터 따져보면 불과 나흘간 31.2원이 급등해 약 3개월 만에 1천90원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초 1천90원이 붕괴된 이후 1천60원선 밑으로 내려가기까지 두 달 이상 걸렸지만 다시 1천90원대를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주다. 이 때문에 외환 전문가들은 외환 당국이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 현상은 장기적으로 원고(高)'엔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을 설명이다.

◆직격탄 맞은 국내 증시

원고 추세로 투자자들도 국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02년 국내 최초로 국외주식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한 증권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이 회사를 통한 국외주식 총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83%나 늘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국외로 눈길을 돌리는 건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 때문이다. 올 들어 28일까지 코스피지수는 2.9%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5.9% 상승), 일본 닛케이지수(4.1%), 중국 상하이 지수(3.4%)가 모두 올랐는데 코스피만 하락한 것이다. 국내 시장 전망 또한 밝지 않은 상황인데, 미국의 한 대형 펀드운용사는 올 상반기에만 한국의 주식 9조원어치를 정리할 예정이다.

반면 일본'중국의 대형주는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일본 소니 주가는 지난해 말 958엔에서 28일 1천407엔으로 47% 뛰었다. 이 정도면 환차손을 뺀 원화로만 따져도 39%가 상승한 셈이다. 일본 마쓰다자동차는 올 들어 33%, 중국 창청(長城)자동차는 28% 올라 투자자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역전된 한일 관광 산업

환율 변화는 금융계와 수출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현지에서 돈을 쓰는 관광 산업과도 연관성이 크다. 특히 엔저 현상은 국내 관광 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데 최근 일본인 관광객은 급감한 반면 내국인의 일본 여행은 급증하면서 대 일본 관광수지가 크게 악화하고 있다.

1월 30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5만여 명이 입국했던 일본인 관광객은 매달 꾸준히 줄어 12월엔 23만여 명으로 12만 명 줄었다. 이는 전년 4분기와 비교해서도 24%가량 줄어든 수치였다. 반면 엔화 약세로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크게 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지진 이후 2010년 대비 32%가량 급감했던 일본행 국내 관광객 수는 지난해 4분기부터 급속히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호텔업과 항공업은 비상이 걸렸다. 일본인 비중이 큰 롯데호텔 서울은 지난해 4분기 일본인 고객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감소했고 항공사들은 줄줄이 일본발 한국행 노선을 축소하거나 잠정 중단하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회복될까?

국내 광공업 생산이 4개월 연속 전달과 비교하면 늘고, 부진했던 설비투자도 지난달 큰 폭으로 반등하는 등 일부 경기 지표가 상승세 분위기다. 하지만 소비가 부진하고 국외 경제 환경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섣부른 경기 회복 전망은 아직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광공업 생산이 11월보다 1.0% 늘었다.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9월 0.7%를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서고 나서 10월 0.7%, 11월 2.6%, 12월 1%를 나타내면서 4개월 연속 오름세를 탔다. 지난달 설비투자도 전달보다 9.9% 급증했다. 항공사들이 대형 항공기 구매에 나서면서 운송장 비류 설비투자가 28% 급등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와 장래의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각각 전달보다 0.1포인트, 0.4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작년 11월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소비는 지난달에 다시 부진했다. 12월 소매판매가 무려 1.1% 감소했다. 이 때문에 많은 경제 전문가는 경기가 회복 국면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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