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한 이공학도와의 인터뷰

입력 2013-02-05 11:13:44

북한의 핵실험 경고가 설을 앞둔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원자폭탄이 다시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현대 사진작가 카쉬의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아마 우리는 더 이상 모차르트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되겠지요'라고 답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 후 곧 우리 나로호 발사도 성공했다. 트인 포스텍 도서관 옥상에서, 음악을 들으려고 이어폰을 꽂는 학생을 보자 문득 이공학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나로호 발사성공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던가?"

반은 경계심으로 자신은 모르는 분야라며 다음처럼 겸연쩍게 말했다.

"종합적인 과학기술의 발전도를 보여주는 대단한 것이죠. 우리 학교의 일이었다면 더 기뻤을 텐데…."

나로호 발사가 포스텍 연구기관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니 드릴 말씀이 없다는 그에게 왜 그렇게 되었는가라며 질문을 덧붙였다.

그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연구들을 한 학교에서 할 수 없고 다른 대학에서 나누어 집중 연구하는 것이 맞고, 과학의 모든 분야가 협조적 관계에 놓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리에서 미시적 연구목적의 포항 방사광가속기 연구소, 나로호의 인공위성을 제작한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가 떠올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무수한 산업체, 대학, 연구소들의 협동적인 참여가 나로호 발사 성공의 배경이라는 글도 기억났다. 이해한 듯 나는 추임새를 넣었다.

"구세대의 자동차와 다음 세대엔 로켓이 같은 의미겠군!"

"수학적, 물리학적 기초 위에서 지구와 달의 움직임에 대해 컴퓨터를 활용함으로써 오차 값을 극소화하는 계산이 없다면, 우주선 달 착륙도 가능하지 않지요."

그는 축적된 과학기술 인력과 자원을 보유한 러시아, 부족한 인재를 경제력으로 상쇄하는 미국, 이 양면에서 부족함이 없게 될 중국에 비한다면 우리 현실에서 나로호 발사 성공은 큰 성과라고 덧붙였다. 균형 있는 시각을 보니, 수의 세계에만 빠져 있을 거라는 이 수학도에 대한 나의 선입관이 걷혔다. 사춘기, 나비의 날갯짓을 타고 그 끝이 흩어져버린 한 곡선, 그 수학시간 이후 남아있던 궁금증을 물으며 나는 비공식 인터뷰를 끝냈다.

"그래프의 무한대 곡선이 정말 꺾어지지 않고 무한히 상승하는가?"

무한대란 보는 관점에 따라 원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는 그에게 나는 앞날의 무한한 향상을 빌어주었다. '수학과 달리 어느 정도 오차가 있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던데요'라며 웃던, 일찍 철이 들어가는 등 뒤로 거듭 오류를 수정해온 것이 과학사라는 격려도 함께 보냈다.

장두현<시인·문학박사 oksanjang@hanmail.net>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