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장르 작가와 교류 아이디어 쏙쏙 '방천만의 매력'
# 작업실·전시실 결합한 형태
# 대구 유일 '시장 속 갤러리'
# 비상업 작품'실험 기획 활발
방천시장은 한때 서문시장, 칠성시장과 함께 대구의 3대 시장이었다. 그러나 달구벌대로, 신천대로가 에워싸고 대형 유통업체들이 들어서면서 시장은 쇠락해갔다. 죽어가는 시장을 살리기 위해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2009년 '별의 별' 별시장사업, '문전성시' 사업이 펼쳐지면서 예술가들은 텅 빈 점포에 입주해서 작업장으로, 전시장으로 변신시켰다. 한때 20여 명의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이곳을 떠나갔다. 이제는 진정 방천시장을 사랑하는 예술가들만 여전히 이곳을 지키고 있다.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공간들은 '예술'이라는 색다른 색깔을 덧입고 방천만의 색깔을 만들고 있다.
◆스페이스바(BAR)
조각가 정세용 씨는 2009년 4월, 가창 레지던시에서 나와 곧바로 방천시장에 둥지를 틀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그는 방천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방천시장의 경험은 독특해요. 작가들은 대체로 혼자 작업하는데다, 다른 장르의 작가를 만날 일이 거의 없죠. 그런데 방천시장에서 많은 작가를 만나고, 교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직접 전시를 기획하게 된 것도 이곳이에요. 의미가 큰 공간이죠."
정 씨는 자신의 작업실 옆 가게가 비자, 이곳을 갤러리로 만들고 4개월간 손수 리모델링했다. 갤러리 '스페이스바'는 여느 상업갤러리와는 다르다. 작업실과 전시실이 결합해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아티스트 런(Artist-run) 스페이스' 개념이다. 전시실 대관료가 비싼 유럽에는 이미 활성화됐고 서울과 청주 몇몇 곳에 있고, 대구에는 유일하다. 정 씨는 이 공간을 작가들에게 오픈하고, 작업실까지도 함께 사용할 생각이다. "마음만 맞으면 제 장비를 다 사용하며 작업할 수 있어요. 여기서 만든 작품을 갤러리에서 전시할 수도 있죠." 그는 전시장을 기획전으로만 운영할 생각이다. 미술관에도, 상업갤러리에도 갈 수 없는 작가들은 마땅히 전시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스페이스바는 방천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이색적인 공간이다. 쇼윈도 밖에서 작품을 볼 수도 있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조각가가 작업하는 광경을 직접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여느 갤러리와 달리 덜그렁거리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
◆9-21
영남대학교가 방천시장 내 빈집을 임대해 대학생들의 전시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이름은 번지수를 그대로 따서 '9-21'이다. 영남대 미술대학 학생들은 이곳에서 현장 수업을 하고 그 결과를 이곳에서 전시하곤 한다. 공간은 오래된 빈집을 뜯어낸 그대로여서 야성적이다. 흰 벽의 깨끗하고 정리된 전시장에 익숙한 학생들에겐 새로운 도전이 된다. 방천시장 곳곳에 그려진 벽화 가운데 이들의 작품이 많다. 학생들이 그려낸 벽화는 학점으로 환산되지만,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겐 색다른 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골목길에서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그리고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는 강아지들도 벽화에 담겨 있다.
◆토마갤러리
사진작가이자 전시기획자인 박재근 씨는 방천시장에 '토마갤러리'와 '스페이스 방천' 두 개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시장 속 갤러리'라는 독특한 위치 속에서 활발하게 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박 씨가 방천시장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년 전. "상업 갤러리는 많잖아요. 그래서 이곳은 좀 다른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비상업적인 작품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갤러리로 만들고 싶었죠." 토마갤러리는 청년작가를 비롯한 기획전을 연간 8~10회가량 연다. 박 씨는 갤러리를 넘어서서 좀 더 확대된 개념의 작업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지금도 해외교류전을 하고 있는데, 외국 작가들이 머무르면서 방천에서 직접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생각입니다. 작가들이 현장에서 작업하고 이것을 전시로 보여주면서 교류전을 하는 것이죠." 토마갤러리보다 먼저 문을 연 스페이스방천 역시 비슷한 개념으로 운영하고 있다. 2월에는 청년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 밖에도 방천시장에는 어린이 미술 교육 전문 '아임 갤러리', 아기자기한 커피숍들과 맛집이 포진하고 있다. 정태경 등 작가들의 작업실도 숨어 있다. 여기에다 방천시장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김광석 길'도 방천시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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