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문회 탓보다 검증 실패 되돌아봐야

입력 2013-02-02 07:31:14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월 31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와 관련해 인사청문회 제도를 비판했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치기 전 사퇴했지만, 인사청문회가 '신상 털기'로 진행되면서 인재를 쓰기가 어렵다는 것이 요지였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공직 후보자의 재산'병역'세금 문제 등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정책과 능력 검증은 공개로 하는 등 인사청문회 제도를 손질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당선인의 비판은 수긍하기 어려우며 인식은 우려스럽다.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개인적 의혹이 제기되지 않는다면 신상 문제를 따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정책과 능력에 검증의 초점이 맞춰지게 돼 있다. 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등 사전 검증이 소홀해 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사퇴했다. 검증 실패의 책임을 되돌아보지 않은 채 언론과 정치권을 탓하고 청문회 제도에 떠넘긴 것으로 본말이 전도됐다.

새누리당이 인사청문회를 손질하자고 나선 것도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검토 방안은 정책 중심으로 이뤄지는 미국식 인사청문회를 모델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인사청문회는 사전 검증 단계에서 문제가 있는 공직 후보자를 철저히 거르기 때문에 정책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다. 사전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노력해야지, 도덕성 검증을 청문회에서 비공개로 하자고 고치려 할 문제가 아니다.

인사청문회에 대해 과거와 다른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측면도 있다. 박 당선인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 대상을 확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야당인 한나라당이 고위 공직자들을 줄줄이 낙마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 상대가 할 때는 엄격하게 따지다가 내가 할 때는 다른 방식을 들먹이는 것은 누가 봐도 맞지 않다.

박 당선인은 제도를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인재를 널리 구하고 철저히 검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도덕성과 능력을 고루 갖춘 공직 후보자들을 찾는 일이 쉽지 않지만, 옥석을 제대로 가리는 일이 최선이다. 인사청문회를 손질하겠다는 것은 제도를 축소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인사청문회 기준이 까다롭더라도 잘 지키고 발전시켜야 공직자들의 도덕성도 갈수록 나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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