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CEO들, 올 경영 화두는…"지뢰밭 놓인 한국경제, 몸조심이 최우선"

입력 2013-02-01 07:49:44

장기 침체로 기업들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그동안 혁신'변화에 주력했던 기업들은 경제 위기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기업 총수들은 일찌감치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기조를 발표했는데 한목소리로 '한국 경제의 위기'를 외치며 철저한 준비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고 강조했다.

◆위기감 고조, 대기업

공격적인 투자로 불황을 타개하자고 일제히 외쳤던 1년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세계 경제는 올해도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험난하고 버거운 싸움이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고,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전 사업 부문에서 극한의 시련을 감내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는 계속하지만 리스크 관리도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세계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시장 선도 상품 개발(구본무 LG 회장), 차별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술과 품질 혁신(허창수 GS 회장), 영업력 강화와 근본적인 경영체질 개선(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가격경쟁이 아닌 가치경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정준양 회장) 등이 같은 맥락이다. 올해 경영 방침을 혁신과 도전으로 정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도 "외부 탓만 하지 말고 우리 내부부터 잘하고 있는지 자성하고 위기의식을 갖자"고 강조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선도 기업을 따라잡는 수준을 넘어 그들을 앞서기 위해서는 기술과 원가 등에서 근원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 CEO들은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은 "투자와 고용으로 사회에 희망을 주고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고 말했고 구자열 LS그룹 회장과 나세르 알 마하셔 에스오일 사장도 혁신 경영과 함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중점 과제로 꼽았다.

◆금융계, 저성장 우려

금융계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사자성어로 신년사를 내놓았다. 뜻은 각각 다르지만 저금리, 저성장, 저수익 등 2013년 금융을 짓누르는 '3저(低) 기조'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새해 첫 화두는 '운근동죽'(雲根凍竹'언 바위 틈새로 뿌리를 깊이 내린 겨울 대나무)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 건설'해운 업황 부진 등을 이겨내고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우직지계'(迂直之計)의 자세를 강조했다. 당장의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멀리 내다보자는 뜻이다.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법고창신'(法古創新'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을 주장, 은행의 본분을 지키면서도 정확하고 빠른 판단으로 성장세를 유지하자고 강조했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은 임직원이 명심해야 할 자세로 '다난흥방'(多難興邦)'을 들며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단결하고 분발해 공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 퇴출 계속될지 고민

지난해까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했던 건설업계의 위기감도 상당하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건설 부문에서도 경쟁이 심화되고 특히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자 성장보다는 경영 관리로 돌아서는 업체들이 부쩍 늘었다.

대표적인 예로 대우건설의 서종욱 사장은 "효율성 혁신을 통해 프로젝트의 견적'입찰'계약'시공'준공의 전체 사이클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도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비가격 전략을 구사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건설업체 최고경영자의 신년사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그동안 기업 성장의 기준으로 삼았던 매출과 수주 목표액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의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무게를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고객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프리마케팅을 통해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국내 시장 포기(?)

유통업계는 공격적인 글로벌시장 진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승한 홈플러스 그룹 회장은 2013년 시무식을 통해 '세상을 이끄는 반응경영'을 새해 경영방침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금처럼 우리가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의 끝이 언제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한발 앞서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빠르게 대응하는 반응의 속도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올해 온라인쇼핑'신유통 서비스'알뜰폰(MVNO) 사업 등 신성장 동력을 강화, 업계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함께 가자'(TEAM Together)를 신년 화두로 걸고 "올해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글로벌 고객에게 사랑받는 제품 개발에 나서자. 글로벌 전문 연구기관과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강화해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파리바게뜨가 중국,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해 북미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동시에 다른 동남아 국가에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공격적인 세계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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