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 합창 콘테스트, 포항교도소서 첫 개최
"이들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 봄바람처럼 자유롭게 울려 퍼집니다."
30일 오전 11시 포항교도소 강당. 300여 명이나 모인 자리지만 웅성거리는 소리조차 조심스럽게 들렸다. 교도소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아니면 철저한 신분확인 절차를 거쳐 삼중사중으로 막힌 철창을 지나온 탓인지 사람들 모두 어느 정도 주눅든 모습이었다. 무대 위로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공연자들이 들어설 때까지도 사람들의 반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그러나 순간 경쾌한 피아노 반주가 울리고 공연자들의 경쾌한 율동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간간히 박자를 맞추는 박수소리와 밝은 웃음소리가 공연자들의 합창소리와 함께 강당을 가득 메웠다.
전국의 재소자 합창단들이 보여 솜씨를 겨루는 '제1회 전국 수형자 합창 콘테스트'는 이렇게 차가운 철창을 녹이는 듯한 경쾌한 분위기로 막을 올렸다.
법무부는 이날 평소 합창반 활동을 통해 공연 활동을 벌여온 5개 교정기관 재소자 합창단을 한자리에 모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청주여자교도소, 김천소년교도소, 포항교도소, 대구구치소, 안동교도소, 천안교도소, 경북북부제1교도소, 제주교도소 등 총 8곳에 재소자 합창단이 있다. 이중 이날 대회에 참석한 합창단은 영화 '하모니'로 더욱 유명한 청주여자교도소 '하모니합창단', 가수 이승철과 함께한 드림콘서트로 잘 알려진 김천소년교도소 '드림합창단', 포항교도소 '어울림합창단', 대구구치소 '모봉중창단', 안동교도소 '물돌이중창단'이다. 모두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된 전력이 있을 정도로 실력만큼은 확실한 팀들이다.
이날 최우수상은 포항교도소 어울림합창단이, 우수상은 청주여자교도소 하모니합창단이 차지했지만 순위를 떠나 5팀의 공연내내 흥겨움과 웃음이 떠나지 않은 축제의 자리였다.
포항교도소 어울림합창단 김예린 지휘자는 "1회 대회에서 영광의 1위를 차지해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매주 1차례의 연습이 부족해 단원들 스스로 추가 연습을 자청하던 열정이 오늘의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면서 "합창을 하며 서로 마음이 열리고 더 밝아졌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합창이 끝난 여운으로 가슴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감동과 기적이 있었던 자리"라며 "사회에서 부조화와 부조리로 상처를 입었던 재소자들이 음악을 통해 조화를 알아가는 것은 무척 뜻깊은 일이다.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활용한 재범 방지 교육으로 재소자들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돕겠다"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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