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 아이들 위해… 보약 나누는 한의사

입력 2013-01-31 10:48:09

형편 어려운 초교생들 찾아…대구시한의사회 무료 진료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우혁이는 5살 무렵 신장 수술을 받았다. 수술 이후 또래 친구들만큼 덩치도 커지지 않았고 늘 허약했다. 조금만 심하게 움직여도 피곤해서 풀썩 주저앉기 일쑤였고, 잦은 코피는 한 번 흐르기 시작하면 멈출 줄 몰랐다. 빈혈 증세까지 보였다.

하지만 성장기 보약은 엄두도 못 냈다. 우혁이 집은 다문화가정이다. 아버지는 일용근로자, 외국인 어머니는 식당에서 설거지 일을 한다.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해도 한 달 수입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겨울이면 일거리가 부족해 아버지는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 여든이 넘은 할머니가 우혁이와 동생을 돌봐주지만 할머니도 몸이 불편하다. 한창 사랑받을 나이의 우혁이는 간식거리 하나라도 동생에게 양보하는 것부터 먼저 배웠다.

하루하루 힘겹던 우혁이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무료 진료와 한약 지원을 약속한 한의사를 만난 것. 우선 신장을 보호할 수 있는 약을 처방받고, 또래보다 몸이 작고 약해서 원기 회복과 식욕 증진에 도움이 되는 보약도 받았다. 지속적으로 진료도 이뤄졌다.

한의원에서 침과 한약 처방을 통해 건강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코피 흘리는 횟수도 훨씬 줄고 빈혈도 거의 사라졌다. 성격도 밝아진 덕분에 환하게 웃는 날이 많아졌다.

이런 도움을 받은 것은 우혁이 뿐만 아니다. 지난해 7~12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성장기 질병과 쇠약한 건강을 돌볼 수 없었던 또래 아동들 974명이 한약과 무료 진료를 받았다. 대구시한의사회, 대구시교육청, 굿네이버스가 함께 힘을 모은 덕분이다.

올해도 삶이 힘겨운 아이들에게 따스한 손길은 이어진다. 대구지역 201개 초교에서 1천여 명을 추천받아 지난해처럼 한약과 함께 건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구시한의사회 손창수 회장은 "보약은 양방의 건강 검진에서 뚜렷한 병증이 발견되지 않거나 영양 불균형으로 생기는 성장기 질병에 특히 효과가 좋다"며 "앞으로도 한의사회 회원들이 힘을 합쳐 의료 사각지대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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