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소통의 필요성

입력 2013-01-30 11:12:21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을 둘러싼 논점 중의 하나는 '불통'이었다. 안철수 씨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대선 승리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원인을 두고 박근혜 대선 후보와 그를 둘러싼 측근 인사들의 '불통'이 쟁점화됐다. 공당이지만 선거에서 오직 박근혜 후보만 존재할 뿐 당 조직이 움직이지 않고 대선 전략도 일부 측근 인사들에 의해서만 짜인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결국 측근 인사들이 사퇴하고 이른바 '비박' 또는 '반박'으로 분류된 인사들이 선거본부에 영입되면서 '불통'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지 3주차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2월 대선에서 불거졌던 '불통'이 다시 쟁점화되고 있다. 이번에는 인수위를 둘러싼 '보안'과 '폐쇄성'이다. 주요 정책이나 인선 발표는 모두 '특수 작전'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수위 대변인실에서 발표 몇 시간 전에 '어떤 발표가 있다'는 짧은 공지 사항을 전달하고 그 시간이 되면 일방적으로 내용을 발표하는 식이다. 발표 내용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도 극도로 제한돼 있고 아예 질문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사안들도 있다. 정부 조직 개편이나 총리 후보 발표 등이 모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인수위의 '폐쇄성'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의 리더십과 닿아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박 당선인은 주요 정책 사항이 사전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보안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정부 사례를 보면 주요 정책이 발표되기도 전에 섣부르게 흘러나와 국민 혼란을 가져오고 정책 실행에 있어 추진력을 잃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주요 국정 사안에 대한 보안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나친 보안은 '폐쇄성'으로 이어지고 '불통'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 29일 전격 사퇴한 김용준 총리 후보자 인선 과정의 폐쇄성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부동산 투기 및 자녀들의 병역 의혹 등이 연일 쏟아져 나오면서 김 후보자에 대한 기초적인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조차 김용준 총리 지명이 누구의 추천에 의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 몰랐고 지명 사실 자체도 공식 발표를 보고서야 뒤늦게 알았다는 후문이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종 인사와 관련해 박 당선인의 철저한 인사 검증과 소통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룰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일부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고소영' '강부자' 내각으로 출범 초 여론의 질타를 받은 이명박 정부의 인사 논란을 답습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당선인이 초기 내각 후보자 인선에 있어서도 청와대나 정부 사정 조직의 협조 없이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동팀'으로 불리는 별도 조직을 통해 후보자 추천과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불통' 대상에서 새누리당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6일 인수위 업무 개시 후 처음으로 28일 공식 만남을 가졌다. 새누리당은 국민과 당선인 간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존재다.

하지만 인수위 출범 이후 새누리당의 존재감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당선인이 새누리당 의원들과 회동을 가졌지만 국정 현안에 대한 '대화'나 '조율'이 아니라 박 당선인의 '당부'와 '협조 부탁'으로 자리를 끝냈다. 새누리당이 앞으로 제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문제는 신정부 출범 이후다. 박 당선인이 과반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아직은 상당수 국민들이 박 당선인의 리더십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여기에는 박 당선인이 사심 없이 국정을 잘 수행할 것이란 믿음도 깔려 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 일방통행식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리더십이 나타난다면 문제는 사뭇 다르다.

현재의 한국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3공화국 시절과는 다르다. 당시에는 절대적 리더십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쌍방향의 시대다. 소통이 필요하고 대다수 국민은 교감을 원한다. 목표만을 향해 달리는 '불통'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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